First way
김웅태 CDF-I, GCDF, Supervisor
내가 이 길을 선택했을 때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였다. 지금도 그 소리는 변함 없다.
준비가 아닌 적응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2019-05-17


특정 목표나 과정을 밟는 과정에서 필요하거나 갖추어진 내적 및 외적 상태를 나타날 때 흔히 '준비도'로 표현하며, 커리어 개발과 관련한 개인의 내적 역량과 외적 상황의 복잡성을 감안한 개념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뛰어난 역량과 태도 및 경험을 갖춘 개인일지라도 어려운 상황(가족의 병간호, 불화, 재정의 불안정, 직장의 도산, 어려운 진로과업 등등)을 맞이한 상황에서는 일반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기 어려우며, 이러한 상태에 놓여있는 개인은 중간 정도의 커리어개발준비도를 갖고 있다고 표현한다. 반면 충분한 수준의 커리어 개발 역량을 보유하지 못한 사람일지라도 이 사람이 해결하거나 대처해야 할 과업이 수월한 상황이라도 낮은 준비도가 아닌 중간 정도의 준비도를 갖추었다고 간주한다(J. P. Sampson et al, 2003). 높은, 중간, 그리고 낮은 준비도 등의 개념이 가장 유용한 것은 무엇보다도 개인의 상황에 따른 개별화된 커리어 서비스 제공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실제 이 개념을 활용하면 대학이나 지역에서 대량의 커리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개별화된 커리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물론 Mass Individualized Career Service(김웅태, 2014)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 공급자의 사전 준비가 충실히 갖추어져야 한다. 커리어개발준비도와 관련하여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은 단지 개인의 특성이 아니라 근접맥락과 더불어 개인의 맥락까지 충실히 살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커리어 목표를 수립하거나 계획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으로는 전통적인 커리어 의사결정 모형'을 활용하는데, 이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목표와 절차 그리고 구체적인 행동을 '계획'하게 된다. 계획은 인간이 자신의 이로움을 위하여 과정과 수단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으므로 계획을 수립하는 것 만으로도 지극히 인간다운 행동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편, 계획은 성공 혹은 달성 등으로 표현되는 특정 목표나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경제개발계획이나 진학 또는 취업 등과 같이 특정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계획이 성공적이었거나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사실 인간의 삶에는 처음부터 계획할 수 없는 대상이 최소한 절반을 차지한다. 삶이든 혹은 커리어이든 계획의 틀에 넣고 관리할 수 있는 범주가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또한 하나의 계획은 종속된 하위계획들의 집합으로 구성되며 삶의 범주에 따른 계획이든 하위계획이든 계획들 간의 우선순위나 중요성을 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로 모든 계획을 포괄하는 총괄계획은 더욱 불가능하다. 더 나아가 맥락의 작은 변화에도 계획은 수정될 수 밖에 없다. 즉흥적이든 연속적이며 체계적이든 계획은 수정은 처음의 계획과는 다른 목적, 목표, 과정 및 행동 등으로 이어진다. 결국 처음의 계획은 형체조차 불분명해지며 이러한 방식이 인간의 삶이다.

계획을 만들고 따르는 삶의 방식이 꽤나 인정받았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오늘날의 삶이 계획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미래를 준비하거나 대처해야 하는 상황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세상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느렸던 맥락에서는 목표를 만들거나 이를 바탕으로 과정과 행동을 선택하여도 수정의 여지가 크지 않았기에 계획적인 삶이 높게 평가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효율적인 삶을 만드는데 계획만큼 좋은 도구가 없었던 시기가 있었다.

 

 

흔히 오늘날의 세상을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으로 VUCA를 사용하는데, 뷰카(VUCA)는 변동성(Volatile),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 등의 머리글자를 조합한 신조어로서 불확실한 미래를 적절하게 표현해준다. 앞서 계획이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해 적었지만 소위 뷰카 시대에서는 준비할 수 있는 미래가 매우 불확실하다. 계획수립은 준비해야 할 과제나 과업이 명확할 때 효율적이므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것은 자칫 자원의 낭비로 그칠 수도 있다(일반적으로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비하는 경우라도 과업/과제의 양적 목표를 추정하여 계획을 세운다). 과정과 수단을 선택하는 행위인 계획세우기가 효과적이지 않거나 혹은 비효율적으로 될 수 있는 상황이 지금의 일상이 되었다. 이 상황은 결코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며 상당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불확실성에 따른 혼돈으로부터 힘들어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하여 맥락의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인간개발의 변화무쌍한 가능성을 감안하면 오늘날의 세상에서 명확한 커리어 개발 계획을 세우기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준비는 변동성이 적은 목표나 구체적일 수록 잘 할 수 있지만, 목표를 정하는 것 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의 준비가 필요한가와 같은 수 많은 질문들이 사실상 잘못된 것이다. 커리어 전문가로서 충분히 훈련되지 않은 분들이 흔히 준비도(readiness)를 대학진학이나 취업을 위한 준비된 정도(preparedness)로 혼동하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서는 좋은 직업을 갖는 것이 직업수행을 위해 준비된 정도(job readiness 또는preparedness)나 장기고용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Feller, 2018).

 

 

커리어 적응성(Career Adaptability)를 제안한 Savickas(2005)는 오늘날의 커리어 개발은 적응성을 향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그에 따르면 적응성은 예상한 사건 및 미처 예상하지 못한 사건들에 적절히 대처하는 능력으로 정의되며, 관심(Concern), 통제(Control), 자신감(Confidence), 호기심(Curiosity) 등의 네 가지 하위요인과 향상 방안을 제시하였다. 필자는 적응성을 향상하는 것이 뷰카 시대의 실질적인 대처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 변동성-통제, 불확실성-관심, 복잡성-자신감, 모호함-호기심 등의 대응을 통해 오늘날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것과 더불어 당장의 과업은 끊임 없는 전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전환은 크고 작은 사건들에 기인하며, 미래예측의 어려움이 가중됨에 따라 끝없는 과업이 되었다. 각자의 앞에 놓인 전환을 수월하게 관리할 수 있는 용이성/수월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리 생애 최대의 과업이며, 생애적응성 향상은 이제 모든 이들의 필수적인 책임이 되었다.

 

 

Ph.D., CDF-I, GCDF, MCDS, Supervi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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