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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계획 혹은 인생설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우리사회 만의 유행은 아니지만 급속히 연장된 수명에 크게 못 미치는 근로수명이 우리의 관심을 크게 높였으며, 공공기관을 필두로 다양한 장면에서 실시되고 있는 생애계획프로그램 및 고령자 고용촉진법의 수정입법예고가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생애계획 혹은 그 어떤 명칭으로 불리우든 이 주제에 대한 논의나 관련 프로그램들로부터 느끼는 한계와 공허함도 더욱 커지고 있다. 생애계획프로그램들이 저마다의 정의(definition)를 비롯한 목적, 목표, 방안 등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음에도 아쉬움과 허전함이 가시지 않는 것은 획일적인 개념의 제시나 프로그램 구성의 문제라기 보다는 기본적인 개념과 유용함 혹은 한계 등에 대한 기본적인 논의가 배제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러한 점에서 생애계획과 관련된 몇 가지 핵심논제를 나누어 게재한다.
생애계획에 대한 논의 1
인간의 삶을 계획한다는 것은 재정적 혹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에게는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보일 뿐만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에게도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여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체중조절, 재정상태 개선 더 나아가 희망하는 삶을 살기 위하여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생애계획’, 혹은 ‘인생설계’에 대한 개념은 그 기대만큼 명확하지 못하며 따라서 구체적인 방안을 비롯하여 실제로 도움이 될지도 분명하지 않다. 단지 사람들을 현혹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계획’이 갖는 몇 가지 속성과 의미를 살펴봄으로써 ‘생애계획’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은 스스로 선택한 좋은 것들을 이루기 위하여 삶을 구조화 시킬 필요를 느끼며 이렇게 구조화된 활동을 생애계획(life plan)이라 한다. ‘계획된 삶(planned life)’은 이상적인 삶인 ‘성찰하는 삶(examined life)’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으로 볼 수 있는데, 두 가지는 모두 삶의 의미에 대한 근원을 보다 분명하게 설명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즉 ‘성찰이 없는 삶’과 같이 ‘계획이 없는 삶’도 낭비된 삶이라는 인식에서 볼 수 있듯이 삶을 계획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귀중하다.
생애계획은 지극히 현대적인 발상이며 개인주의 및 자율성 등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근대 이전의 인간의 삶이 신이나 절대적인 지배자 혹은 종교 등과 같은 존재에 의해 ‘계획된 것’이라는 생각에 반하여 생애계획은 주체인 인간 스스로 구조화시켜 만들어낸 일련의 행동계획(program of action)이다. 그러므로 현대인들에게 가치 있는 삶은 전통적이거나 추상적 방법이 아닌 스스로 계획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즉 인간에게 좋은 삶(good life)은 계획의 유무로 구분된다고도 할 수 있다.
계획은 건물의 청사진(blue print)이나 도시의 지도와 같은 의미를 가지며 또한 동시에 활동프로그램(program of action)의 의미를 갖고 있다. 첫 번째 의미에 따르면 인간이 사전에 설정된 목표에 도달하도록 인도된다는 뜻을 가지며, 두 번째는 인간이 목표와 수단 모두를 선택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편 생애계획 없이도 좋은 삶을 사는 예가 많이 있다거나 반대로 철저한 생애계획을 세웠어도 편치 않은 삶을 살았다는 예를 들어 ‘생애계획이 꼭 필요한가?’ 혹은 ‘생애계획은 유용한가?’ 등의 생애계획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추후에 기술하겠지만 생애계획의 유용함은 계획의 유무나 달성여부 더 나아가 자신의 삶에 대한 평가를 통한 만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생애계획의 유용함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를 잃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거나 에너지를 집중시키도록 하는데 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생애계획 혹은 생애설계프로그램들로부터 느끼는 공허함이나 아쉬움 등이 개인주의(individualism), 자율성, 주체의식 등에 반하는 첫 번째 의미를 따르는 프로그램들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계획하기(planning)는 단계와 구조화 등의 가치를 반영하며, 계획수립은 목표와 수단 등의 결정에 따른 미래의 활동을 통제하기 위한 의식적이고 합리적인 노력을 포함한다. 하지만 인간의 삶(life)은 그 자체가 궁극적인 목표나 가장 중요한 과업(project)이 아니므로 계획수립의 최우선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인간은 어떤 유형의 사람이 되거나 특정 성품을 개발하기를 열망하거나 선택한다. 반면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무엇을 할 지(what to do)에 대한 일련의 행동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따르는 것이다. 생애계획프로그램에서 느끼는 공허함은 이러한 차이에서도 기인한다. 최상의 생애계획프로그램일지라도 ‘무엇을 할 것인가’로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열망이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칼럼을 통하여 누차 강조했듯이 ‘what’이나 ‘what for’로는 삶의 본질에 가까워지기 어렵다. 계획수립은 미래에 불가피하게 인간을 지체시키거나 방해하는 요인들을 줄이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으며 도구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좋은 도구를 확보하였더라도 열망하는 삶이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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