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HR 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세미나에서 받은 질문이다. 질의응답을 위한 시간이 충분치 않아 짧게 답했지만 사실 기업입장에서 이 질문은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는 기초질문이고 다소 진부해졌지만 여전히 민감한 주제이다. 건강수명의 한계 내에서도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복수의 직업이나 직장을 경험하는 시대이고, 수 십 년을 근무하더라도 충분한 직업능력을 보유한 상태에서 정년을 맞는다. 그러므로 어느 직장이든 평생의 커리어를 보장하거나 지원하기는 불가능하다. 즉 너무나도 뻔한 답변인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책임은 근본적으로 각 개인의 몫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적자면, 재직기간 동안의 커리어개발은 회사의 지원과 개인의 책무성 발휘가 근간이며 조직을 떠나는 순간부터는 온전히 개인의 책임이다. 이 같은 상식을 모를 리 없는 고위직의 HR 매니저가 커리어개발의 책임을 묻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직접 듣지 못했지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가정이 가능하다.
첫째, 커리어개발이 근본적으로 개인의 책임이라면 회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역량개발은 기본적으로 회사의 필요에 바탕을 두고 있으므로 논외이다.
둘째, 피치 못할 구조조정을 통하여 회사와의 고용관계가 종료되는 경우에는 보상차원에서 전직지원서비스와 같은 재취업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퇴직자의 희망과 회사의 여건에 따라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정년퇴직직원에 대한 지원을 강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개별 기업의 전략이나 정책에 따른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특정 기업들에게 수 십 년간 일방적인 희생을 강제하는 것이므로 공정, 공평과는 거리가 멀다.
셋째, 대기업을 포함하여 작금의 우리나라 기업들의 절대 다수가 퇴직자의 재취업 및 사회진출을 도울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일방적인 지원을 강제하는 것은 재무적인 부담에 더하여 생산성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넷째, 다소 부수적인 이슈지만 회사의 지원을 받은 인력이 국내 외의 경쟁사로 이직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지원이 합리적인가?
HR 매니저 입장에서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이상의 이슈들은 결국 ‘Defined Benefit’에서 ‘Defined Contribution’으로 HR 전략의 전환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직까지 국내 기업에게는 다소 낯 설은 ‘Defined contribution’이 보다 구체적으로 정의되고 적합한 HR 전략이 수립되기를 기대한다.
한편 커리어개발이 근본적으로 개인의 책무라면 학령기 청소년에서 은퇴자에 이르는 긴 생애주기에 걸쳐 커리어전문가는 어떤 역할을 가지며, 어떻게 도와야 할 것인가? 매우 안타깝지만 우리나라 커리어전문가 중에서 근로수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재직’ 상태의 커리어개발자들을 돕기 위한 노력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이들을 돕는 장면에 눈을 돌려보기를 권한다. 더 나아가 커리어전문가로서 개인이 아닌 조직에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지만 여전히 다양한 방법들이 가능하다. 제한된 영역일지라도 조직차원의 커리어개발을 도울 수 있는 분들이 보다 많아 지기를 고대한다.
Ph.D., CDF-I, GCDF, MCDS, Supervis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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