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에서만 행동할 때 우리는 ‘오만’하다고 평가한다. 타인에 대한 조금의 배려라도 가졌다면 결코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일말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상황들이 낯설지 않다. 그 만큼 우리 주변에는 오만하게 처신하거나 실제로 오만한 사람들이 결코 적지 않다.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에 대하여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사람들 또한 타인의 생각이나 행동에 대하여 크게 개의치 않는다. 오직 자신의 가치체계나 신념에 따라 행동한다.
주변으로부터 불합리한 신념으로 인식되어도 자신의 믿음에 충실한 사람들 또한 적지 않다. 이들 또한 주변의 평이나 인식에 개의치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주지하다시피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공통점이라면, 주변이나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불쾌감, 불합리, 부정적인 전망, 더 나아가 시샘을 불러일으키냐가 차이점이다.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필자의 인식에 대체로 동의한다면, 이러한 인식에서 흥미롭게 살펴보아야 할 점이 있다.
‘확고한 믿음’을 공통점으로 보는 관점은 어떠한 유형의 상대이든 그 상대자를 받아들이는, 즉 ‘수용’하는 인식이 크게 작용한 결과이다. 이와는 반대로 차이점에 무게를 두는 관점이 앞서는 경우라면, 자신의 신념을 토대로 상대를 ‘판단’하는 인식이 우선하는 경우이다. 굳이 자신의 신념이 옳은 지 혹은 그렇지 않은 지를 살펴볼 이유는 없다. 흥미롭게 보아야 할 점은 ‘수용’과 ‘판단’ 가운데 자신은 어느 것이 먼저 작동하는 사람이냐는 점이다.
흔히 자신의 입장에서 혹은 “일반적으로는” 이거나 “보편적으로는” 등과 같은 객관성을 가장한 가면을 쓰고 오만하거나 자신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는 틀을 씌우고 있는 것을 아닐까? 더 나아가 자신이 현명하지 못하거나 편견, 고정관념 등에 사로잡혀 이러한 틀을 씌우고 있는 것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만하거나 자기 생각 밖에 모른다”는 평을 듣던 사람들이 추후에 그들의 생각이나 행동이 옳았다고 재평가되는 장면을 우리는 충분히 보아 왔다. 즉 세간의 인식이 어떠하든 확신에 찬 사람들은 충분히 오해 받기 쉽다. 특히 이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나 역할에 전적으로 매진하는 경우에는 더욱 오해 받기 쉽다.
커리어 상담자이든 또는 다른 어떤 명칭을 사용하는 사람이든 ‘수용’과 ‘판단’ 모두 자신의 인식과정이라는 점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어느 것을 우선적으로 사용할 지는 전적으로 각자의 몫이고 선택이다. 그러나 ‘판단하는 사람’ 중에서 어떤 유형이든 좋은 전문가가 된 사람은 없다.
Ph.D., CDF-I, GCDF, MCDS, Supervis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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