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way
김웅태 CDF-I, GCDF, Supervisor
내가 이 길을 선택했을 때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였다. 지금도 그 소리는 변함 없다.
커리어 센터의 핵심 3요소2018-02-05

    수백, 수천만 국민이 대상인 커리어 프로그램도 있지만 단지 십 수명이 대상인 커리어 프로그램도 있다. 또한 매우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더불어 즉흥적인 커리어 프로그램도 상존한다.

평생교육학 관점에서는 전달체계와 콘텐트를 포함하여 프로그램으로 보는 경향이 높은 반면 전통적인 교육학 관점에서는 콘텐트 만을 프로그램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높다. 현실적으로 커리어 센터(CDC: Career Development Center)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일은 콘텐트와 전달체계를 포함한 커리어개발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기에 평생교육학 관점에 가까우며 이는 마치 유엔개발프로그램(UNDP)이 콘텐트, 전달체계, 운영구조 등을 망라한 종합체계로 운영되는 것과 같다.

국가차원이든 전문가 한 사람의 커리어 프로그램이든 기본원리는 동일하다. 그러나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국가차원의 프로그램이라도 매우 체계적이거나 효과적일 것이라는 가정은 성립하지 않는다. 수 년 전에 현재 국가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는 중장년대상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여느 국책과제와는 달리 다년과제로 수행되었고 상당히 건실한 기초조사와 연구를 토대로 개발된 프로그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시한의 한계로 전달체계는 고용노동부의 선택에 맡기는 결정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상당한 노력이 투입된 콘텐트였음에도 불구하고 운영구조와 프로세스의 미흡으로 그저 그런 프로그램으로 전락하였다.

커리어 프로그램 설계과정에서는 대상 집단의 심리적, 인지적 및 행동적 특성에 대한 세심한 조사가 필연적이다. 소규모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각 개인의 독특함에도 불구하고 공통의 특성과 욕구를 중심으로 개입전략과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효과성 분석이 없는 경우에는 소위 개발자의 전적인 주관에 의지하여 개발되기도 한다. 반면 일정규모를 넘어서게 되면 콘텐트, 프로세스, 운영구조 등의 핵심요소들이 개별적으로는 물론 상당 수준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한 예로 대학 커리어 센터를 살펴보자. 매년 취업률, 취업유지율 등등의 평가를 하고 있지만 대학 커리어 센터의 효과성이나 역량을 파악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소 과장하면 대규모 산업단지나 인력수요가 많은 지역에 위치한 커리어 센터는 낙후된 지역에 선심성으로 설립된 커리어 센터에 비하여 항상 우수한 성과를 낸다. 실제 이런 상황이 너무 많다. 취업은 기본적으로 지역 및 국가의 경제상황, 전공 등이 가장 큰 결정요인이다. 간호학과, 비서학과, 유아교육학과 등의 취업률은 어느 지역에서나 늘 90%를 상회하지만 연기나 체육 전공학과는 비록 서울에 위치하여도 30%를 넘기기 어렵다. 커리어 센터에 대한 평가에서 취업률이 모든 평가를 대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심지표이다 보니 심각한 착시 현상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커리어 프로그램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왜곡하게 된다.

중학생과 대학생이 모두 수학을 배우지만 깊이와 범위에서 비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교수가 수학교사에 비하여 잘 가르친다고 단정짓는 것은 큰 잘못이다. 각자가 보유하고 있는 지식에서 차이가 있더라도 잘 가르치는 것은 다른 차원으로 보는 것이 상식이다. 커리어 역량을 중심으로 설명하자면, 대상자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역량과 지향하는 커리어 역량 간의 차이를 확인하여 수요 혹은 개입할 내용을 선택한 후, 격차를 줄이기 위한 개입전략과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한 결과가 콘텐트이다.  콘텐트는 프로그램 혹은 전문가 개인이 임의로 설정한 개입방법과 내용을 의미하지 않는다. 전국의 수 많은 커리어 센터 혹은 커리어 프로그램이 이러한 기본을 무시하고 운영되므로 당연히 수행해야 할 형성평가와 총괄평가가 존재하지 않고 착시를 조장하는 지표에 목을 매달고 있다.

 

커리어 프로그램의 두 번째 핵심요소인 프로세스에 대해 살펴보자. 이미 여러 번 밝혔듯이 커리어 프로그램의 제공은 슈퍼마켓에서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대부분의 과정은 구매자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으며 주저 없이 구매할 물품(욕구)을 선택한다. 그러나 커리어 센터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자신의 욕구나 필요를 명확히 아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설사 이력서 작성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방문하였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인터넷이나 각종 안내서에서 구할 수 있는 그저 그런 정보나 조언을 듣기 위해 커리어 센터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다. 지극히 표면적인 욕구에 대해 적절히 대응했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커다란 착각이다! 당장이라도 무엇이 당신(이용자)을 커리어 센터로 이끌었나요?’라고 물어보라. 자신의 욕구를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방문자는 그리 많지 않다. 방문자의 진술에 대해 다시 “‘그 것이 왜 자신에게 중요한가?” 재차 물어보고 다시 ?’라는 질문을2~3차례 반복하여도 자신의 핵심욕구를 명확히 진술하는 방문자는 매우 적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서 많은 방문자들이 해결책을 이미 찾기도 한다. 이렇듯 슈퍼마켓에서 상품을 진열하듯이 여러 기능을 모아두었다고 커리어 센터나 프로그램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마지 못해 상품을 진열하는 변두리 상점과 다를 바 없다.

커리어 센터의 프로세스는 콘텐트 영역에서 시작되어 이용자흐름(customer flow)로 이어진다. 대형 마트나 쇼핑몰은 입점상품의 선정에 못지 않게 구매를 촉진하기 위한 고객동선의 설계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아무리 좋은 구색을 갖추었어도 동선이 나쁘면 성과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고객동선이 자연스럽게 상품구매로 이어지도록 동선을 만든다. 그러나 커리어 센터 혹은 커리어 프로그램 이용자들의 동선은 대형 마트와 같이 결코 규범적인 흐름이 되기는 어렵다. 오히려 종합병원에서의 환자 동선에 가깝다. 목적이 분명한 규범적인 진단 및 치료, 원인이나 치료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또는 예정에 없던 긴급 검사나 수술, 타과와의 협진이 필요한 진료 등등과 같이 이미 정해진 동선과는 거리가 멀다. 대형 마트이든 종합병원이든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고객흐름은 극적으로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동선을 중심으로 판매 혹은 치료라는 개입을 한다. 과거에 주는 대로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공공서비스 조차 최근에는 고객욕구를 중심으로 통합경로, 가상경로, 하이브리드 경로 등의 고객동선을 감안하여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간과하거나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커리어 프로그램의 프로세스는 서비스 범주와 범위, 유형, 전달방법, 정보제공, 체험, 알선, 자문, 위탁 등등을 포함한다. 결국 다양하고 복합적인 커리어 서비스를 매우 가변적인 고객흐름과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다. 좋은 프로세스는 단지 효율성이나 비용 측면에서만의 성과뿐만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이용자의 커리어 개발이 한층 더 강화되며, 소외되거나 외면하였던 이용자들의 커리어 프로그램 이용을 촉진한다.

 

커리어 센터 / 커리어 프로그램의 마지막 핵심요소는 구조(structure)’이다. 물론 세 요소 가운데 가장 덜 중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며, 앞서 적었듯이 콘텐트, 프로세스, 구조 등의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이상적인 커리어 프로그램의 모습이다.

구조에는 리더십, 경영/관리, 인적자원, 시설과 설비, 활용자원 등이 포함되며, 구성요소로부터 알 수 있듯이 커리어 센터나 프로그램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궁극적으로 좌우하게 된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프로그램 구조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인식하는 커리어 센터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구조는 인적요인, 제도요인, 자원요인 등을 합리적으로 구조화시킴으로써 효율적인 자원배분과 소비를 만드는 행동이자 과정이다. 그러므로 자원소비를 위한 행위를 선택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구조화가 적절하지 못하면 비효율, 저성과, 예상치 못한 피해 등등과 마주하기 쉬워진다.

인적요인, 특히 리더십과 관련하여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도 직무에 적합한 인력을 선발/채용/배치하기 보다는 위인설관과 순환보직 등의 불합리한 인력운영이 커리어 프로그램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것이다. 다소 극단적인 비교일지 모르겠으나 공공이든 민간이든 커리어 개발 선진국에서 적용하는 직무기술서와 부합하는 커리어 센터장은 현재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커리어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운영책임자로서 커리어 프로그램 정책과 전략 및 계획 등을 이끌며 또한 지원인력과 전문인력을 비롯하여 커리어개발자원을 관리하는 등의 리더십을 발휘할 준비가 부족한 것이다. 해외에서와 같이 합당한 리더 한 사람에 의해 프로그램 성과가 극단적으로 바뀌는 예를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도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구조에 대한 이해부족인 큰 원인이다.

구조에 대한 이해부족의 또 다른 예는 유형/무형 자원의 구성과 활용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유형의 시설과 장비는 사람들의 눈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하므로 프로그램 성과가 이것들의 풍부함에 크게 영향 받는다고 오인하기 쉽다. 그러나 많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유형자원이 프로그램 성과나 효율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특히 이점은 커리어 센터 운영과 관련된 분들이 유의해야 한다. 유형자원이 충분치 않아 좋은 성과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은 꽤나 염치없는 변명이다. 커리어 센터를 컨설팅할 때 마다 담당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하소연 혹은 변명이기도 하지만 가장 먼저 잘못된 인식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 유형자원의 획득 및 활용과 관련된다. 이 문제는 프로세스 ()설계를 통하여 유형자원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적자원 구성과 관리를 위한 첫 걸음은 콘텐트 범위와 구성 및 전달체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므로 제공하는 콘텐트의 범위와 구성을 명확히 하고, 고객흐름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전달체계를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전달체계를 확정한 후에 인력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는 제조, 건설, 유통, 서비스 산업 등등에서 공정이나 가치사슬 등이 계획된 후에 인력계획을 수립하는 것과 전적으로 동일하다. 이러한 절차가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본이라는 점에 대하여는 이견이 크게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커리어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리더십 아래에서는 단순히 다른 프로그램을 모방하거나 인력을 선발/배치 한 후에, 프로그램의 목적과 목표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 없이, 서비스 절차와 기능을 배열하게 된다. 그리고 이에 따른 결과는 대부분의 커리어 프로그램에서 보이고 있는 비효율과 낮은 성과이다.

인력계획은 직무를 중심으로 수립되지만, 콘텐트와 전달체계에 대한 계획을 토대로 지원인력과 전문인력으로 구분하여 직무명세서 혹은 직무기술서를 개발하는 것이 첫 걸음이다. 전문인력의 경우에는 다시 공통역량과 직무역량으로 구분하면 효율적인 전문인력 운영이 용이해진다.

 

지금까지 커리어 센터/프로그램의 핵심 3요소에 대하여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프로그램의 구성요소에 대하여 깊은 이해와 관리능력이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프로그램 참가자를 보호하며, 이들이 보다 낳은 혜택을 누리도록 하며, 동시에 잠재적인 이용자들에게도 자신의 커리어 개발을 촉진할 기회를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커리어 프로그램은 이러한 전제 아래 만들어지고 운영되어야 한다.

 

Ph.D., CDF-I, GCDF, MCDS, Supervi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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