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컨설턴트로서, 특히 서치펌의 컨설턴트로서 감당할 스트레스는 일반 직장과는 차원이 다른 스트레스이다. 서치펌의 업무 곳곳에는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가 있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일반적 업무와 다르게 업무 각 과정이 나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고객사 개발, 프로젝트 수주, 후보자 서치, 후보자 설득, 서류 전형, 인터뷰 결과, 조건 협의 및 입사에 대한 의사결정 등 업무 과정 모든 부문에서 컨설턴트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 특히 후보자 서치와 후보자 설득의 경우는 더욱더 만만치 않다. 고객사에서 요구하는 후보자는 동종, 경쟁업체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승승장구하는 인재이다. 이러한 인재를 찾기도 쉽지 않지만, 찾는다 해도 고객사에 지원할 수 있게 설명하여 설득하기도 쉽지 않다. 쉽게 이야기해서 거절과 실패의 연속이다.
또한 서류 전형, 인터뷰를 무사히 통과한 합격자가 입사조건 협의 과정에서 또는 입사 직전에 포기하거나 다른 회사로 입사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심지어 입사하였다 하여도 더 좋은 조건으로 다른 회사로 떠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러한 경우 고객사에 발생하는 피해는 물론이지만, 서치펌에 발생하는 피해는 막대하다. 바로 매출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담당한 컨설턴트 역시 본인의 수입과도 바로 직결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더 심각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일반 직장인으로 오래 근무하다가 서치펌 업계에 처음 입문하였을 때, 업무상의 모든 스트레스가 낮설기만 했다. 일반 직장인일 때 그러했듯이 스트레스 해소를 술과 폭식으로 해결하려고 하였다. 그 결과 나날이 살이 쪄서 건강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보험이라도 대비책으로 가입하려 했으나 건강검진 결과 고도비만, 고지혈, 고혈압 등 성인병이 심각하여 보험 가입조차 거절되었다. 퍼득 정신이 들었다. 나의 직업 가치관에 부합하고, 적성에도 잘 맞으며, 역량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생각하여 시작하였고, 일을 하면 할수록 의미 있고 보람 있다 느껴서 더 잘하고 싶어 온 힘을 다해 일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스트레스로 삶의 또 다른 중요 부분인 건강을 해치게 된 것이다.
술과 폭식이 아닌 다른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모색하였다.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자연스레 실천하게 된 것이 운동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살을 뺄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다. 처음에는 동네 뒷산을 오르고, 줄넘기, 수영으로 기초체력을 다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시작한 운동이 이후 스피드를 즐기는 운동으로 발전하여 스키/자전거로 발전하고, 나중에는 유산소 운동을 종합하여 할 수 있는 철인삼종에 심취하게 되었다. 결국 체중은 처음 대비 20킬로 이상 감량이 되었고, 각종 성인병은 저절로 없어지게 되었다. 일이 주는 스트레스 또한 유산소 운동을 통해 날마다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철인삼종에 심취하며 느끼게 된 중요한 변화는 과거 목적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실천하였다면, 운동을 하면서는 과정 중심적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아마추어로서, 그것도 한때 고도비만이었던 사람이 어느 날부터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결코 하루아침에 엘리트급 선수가 될 수는 없었다. 또한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지도 않았다. 그저 시합이라는 한 고비를 준비하며 열심히 운동하는 과정을 즐기고 시합에 참여하여서도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그저 나와의 싸움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에 합당한 기록이 나오면 그뿐이었다. 업무를 대하는 태도 역시 운동, 특히 철인삼종에 심취하면서 변화되었다. 돌이켜보면 서치펌 컨설턴트로서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였지만, 그 일에서 추구한 것은 추천한 ‘후보자의 입사’ 였다. 과거 직장인으로 일할 때 성과 중심적, 수익 중심적으로 일한 것이 서치펌 컨설턴트로 일할 때에도 습관처럼 당연하다 생각한 것이었다. 그러한 태도였기 때문에 과정상 의지대로 되지 않을 때 스트레스로 작용한 것이었다. 일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어야 했다. 결과 중심적인, 그것도 단순히 후보자를 입사시키느냐 마느냐의 관점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 중심적인, 그것도 고객사와 후보자에게 커리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고객사, 후보자 모두)의 발전에 도움을 주느냐 마느냐의 관점에서 일하는 태도로 바꾸어야 했다. 철인삼종을 계기로 일에 대한 태도를 바꾸니 그 이후에는 예전의 스트레스 요소가 그냥 평범한 일상으로 바뀌게 되었다.
다른 측면에서 고려해 볼 때, 서치펌의 업무는 철인삼종과도 유사한 점이 또 있다. 과정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결과 측면에서 볼 때에도 더욱 유사하다. 서치펌의 업무는 한 후보자의 입사가 업무 단위의 끝이 아니라 입사 후 고객(고객사, 입사자 모두)의 만족까지 연결되어야 한다. 또한 고객의 만족은 이후 새로운 고객의 창출로 연결되니 끝이 곧 시작인 셈이다. 철인삼종 역시 한 경기 내에서도 수영 이후에는 달리기, 그 이후에는 사이클까지 완주해야 끝나는 연속성을 가지고 있고, 한 경기를 끝냈다고 운동의 끝이 아니라 다음 경기를 위한 준비의 한 과정인 셈이다. 또한 서치펌의 한 프로젝트는 단기로 끝나는 것도(주로 하위 직급의 포지션), 장기로 이어지는 것도(주로 상위 직급의 포지션) 있는 것처럼, 철인삼종의 경기도 단거리(올림픽 코스), 중거리(하프 코스), 장거리(아이언맨 코스)로 나눌 수 있다. 한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방식도 단기 프로젝트는 빠른 서치 중심의 스피드가 중요하지만, 장기 프로젝트는 스피드보다는 철저한 아웃서치 중심의 업무 내공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철인삼종의 경기도 올림픽 코스 경기에는 짧은 거리를 전력 질주하는 스피드가 중요하지만, 아이언맨 코스에서는 운동의 내공인 지구력이 중요하다.
커리어 컨설턴트로서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해야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내담자에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강도가 어떤 업무보다도 높은 서치펌 컨설턴트에게는 더욱 더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 이 측면에서 운동, 그것도 극한에 도전하고 스피드를 즐길 수 있는 철인삼종 같은 경기는 무엇보다 적절한 운동인 것 같다. ^^
유유상종이라고, 그래서 우리 회사에는 유난히 운동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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