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직업
글쓴이 : 김웅태            작성일 : 2010-11-20
평상시 TV를 보는 일이 없지만 우연히 케이블 채널에서 ‘험한 직업 (Dirty work)’에 대한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다. 당시 느낀 것은 비록 작업 환경이 열악했지만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dirty’ 하다기 보다는 현대 사회에서 꼭 필요한 직업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직업의 선택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우리사회에서도 ‘선호직업’과 ‘기피직업’이 자리잡고 있어서 일종의 가이드 라인 (Gottfredson의 제한-타협 이론*)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한과 타협의 관점에 앞서 ‘기피직업’의 또 다른 명칭일수도 있는 ‘혐오직업’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자. ‘혐오스럽다’는 뜻은 사전적으로 “싫어하고 미워할 만한 데가 있다”와 같이 풀이 되어서 인지적 또는 정서적 측면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람, 상황, 장면, 또는 가치 등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 이러한 뜻 풀이에 따르면 혐오직업에는 각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선호직업의 상당수가 포함될 수 있어서 반사회적 직업 외에도 정치인, 경찰, 대중연예인 등도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기피 또는 혐오 직업의 반대는 자기효능감에 따른 ‘미래의 직업기대’로 나타나는 선호직업인데 자기효능감과 함께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결정된다.

지난 주에는 커리어 서비스 업무에 종사하는 100여명의 직업상담사들과 함께 2회의 짧은 워크숍을 가졌었다. 과정 중에 실시한 토의에서 대다수의 상담자들이 ‘죄책감’을 느끼고 공감하는 상황이 있었고, 이는 현장의 상담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다시금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직무수행 과정에서 대다수의 종사자들이 죄책감 또는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 있을까? 고의적인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상황이라면 아마도 그러한 직업을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다. 워크숍에 참가했던 상담자들은 자신들의 내담자들에게 보다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기 어려운 환경에 대해 그리고 수용과 존중, 공감, 이해 등이 부족한 상황에 대해 마치 커다란 잘못이라도 저지른 양 불편한 마음을 갖고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직업에서라면 굳이 이러한 불편한 마음을 갖고 일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상담사란 직업이 선호하지 않는 직업수준을 넘어 기피직업에 속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타인의 삶에 개입하며 내담자들의 선택과 수행에 기꺼이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성장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양식이자 경험일 수 밖에 없기에 좋은 상담자가 되기 위한 필수 자양분이 될 것으로 생각해본다.

상담가들이 고통만을 생각해보면 상담가라는 직업이 기피직업의 우선 순위에 오를 것이지만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조금 더 행복한 세상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도 타인의 성장을 돕기 위해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상담자들에게 행복감이 가득하며 많은 이들의 격려가 함께 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

* Gottfredson의 제한-타협이론: 개인의 성장에 따라 인지하게 되는 직업적 제한(성별 차이:남녀의 직업 범주 –> 자아인식: 기피하는 직업과 획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는 직업 범주 -> 타협: 앞서 제한한 직업 범주 내에서 자신의 특질과 어울리는 직업을 선택)

Ph.D., Supervisor, CDF-I, GCDF
(지난 칼럼은 www.cbsc.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노원구 광운로 53, 3층 (303호)   Tel. 02.592.3307  |  Fax. 02.924.3307
COPYRIGHT CBSC CONSULTIN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