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자의 수행기준
글쓴이 : 김웅태            작성일 : 2011-01-24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가끔) 제가 누군가를 칭찬하거나 높게 평가하는 모습을 보일 때 동석했던 사람들이 놀랍다는 표정을 지을 때가 있습니다. 이들의 대부분은 제가 칭찬에 인색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제가 칭찬에 인색한 사람인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칭찬에 인색하다고 해서 인간성이 나쁘다거나 혹은 비인간적인 사람으로 오해하지는 않기를 바라며, 오히려 제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역할은 상담자, 선생, 그리고 사업가로서 서로 상이한 면도 있지만, 제게는 모두 하나의 ‘나’가 보여주는 다른 모습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상이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강의 중에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내담자를 대상으로 할 때와 상담자를 대상으로 강의할 때의 제 모습이 많이 달라서 상담자를 훈련시킬 때는 엄격하고 지나치리만큼 꼼꼼하다는 평을 듣습니다. 선생 또는 수퍼바이저로서 강의를 듣는 사람들을 차별하거나 다르게 대우하는 것을 옳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자들을 훈련시킬 때는 엄격함을 주저하지 않는 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론에 대한 정확한 이해, 기법의 적용할 때 주의할 점들, 내담자의 감정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강조 등등 셀 수 없을 만큼 시어머니 기질을 발휘하는 것이 제 모습이 입니다.

칭찬에 인색하고 지나치게 엄격한 저의 모습은 성격적인 특성이기도 하지만 오래 전에 학위과정을 밟으면서 강화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학위취득과 관련된 지도교수님의 방침은 매우 단순해서 ‘SCI no.1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면 졸업이고 못하면 방출!’이었으며, 20년도 더 전의 일이지만 그 기준은 준수되고 팀의 전통으로 되었습니다. 전문분야를 바꾸어 커리어 상담을 해오면서 느끼는 것은 이 분야에서는 professionalism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상담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I’나 ‘E’ 코드가 아닌 ‘S’ 코드를 갖고 있지만, 직무수행이나 성과에 대한 기준을 낮게 설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의 수행이 내담자들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다면 수행의 기준을 가능한 높게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행기준이 높다면 당연히 학습기준도 높게 설정되겠지요.) 자신에게는 커다란 성과나 성취인 것으로 생각되어도 더 넒은 세상의 관점에서는 매우 미흡한 경우가 많습니다.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좁은 안목과 낮은 기준 속에서 안주하는 자세로는 성장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무딘 성장의 폐해는 고스란히 내담자들의 몫이 됩니다. 우리나라의 실정에서는 상담자의 역할을 올바르게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훈련을 받기 어렵습니다. 임상경험을 거치지도 않을뿐더러 커리어 상담을 위해 갖추어야 할 기초적인 역량의 습득조차 용이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단지 생계 수단으로 커리어 상담이라는 직업을 택하는 경우에는 학습을 위한 노력조차 않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저 현장에서 요구하는 낮은 수준의 ‘정보’ 만을 제공해주는 것으로 상담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분위기 입니다. 엊그제는 우연히 국내 HRD 관련 학술지에서 커리어 개발과 관련된 최근 논문을 보게 되었습니다. 주제와의 관련성은 있지만 제목과는 동떨어진 내용을 다루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라면 대학 2학년 리포트 수준을 2인의 저자가 발표한 것입니다. 사실 제가 본 학술지가 공인된 학술지였는지는 모르지만, 저자들의 직업으로 볼 때 결코 그렇게 작성해서는 안됩니다. 학문을 하는 자세도 아닐뿐더러 학생들을 가르치는 역할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비난을 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상담자는 현장의 실천가입니다. 따라서 낮은 기준을 세우면 자족하기는 쉽지만 그래서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에 대해 깊은 책임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커리어 상담과 관련된 학습자들은 위안을 받는 내담자이기를 바래서는 안됩니다. 만일 그렇다면 상담자가 될 준비가 안된 것입니다. 상담자의 일은 리셉션니스트나 안내원의 일과는 다릅니다. 길을 잘못 안내한다면 약간의 불편함을 초래할 뿐이지만 잘못된 상담은 내담자의 인생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은 아무리 작게 평가해도 결코 작지 않습니다.
서울 노원구 광운로 53, 3층 (303호)   Tel. 02.592.3307  |  Fax. 02.924.3307
COPYRIGHT CBSC CONSULTIN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