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세상에서의 커리어 컨설팅
글쓴이 : 김웅태            작성일 : 2009-10-06
커리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천가(career development practitioner)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이나 강습을 실시할 때 가장 자주 제기되는 이슈들이 ‘이론과 실제와의 불일치’ 및 ‘이론의 활용’에 대한 것들이다. 이 질문들은 필자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받아왔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이다. 사실 이 이슈를 제기하는 실천가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며, 이론과 실제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의 고충에 대해서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이론과 실제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들에 대해서는 몇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직업적인 커리어 컨설턴트가 아니더라도 커리어 개발에 대해 실질적인(practical)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는 사내 코치나 멘토들에게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이론과 실제 사이의 불일치는 피할 수 없는 것인가? 또 실천가들이 익힌 지식과 기술을 발휘하는 데 있어 차이를 느끼게 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이론과 실제와의 차이를 다소나마 줄일 수 있다면 보다 양질의 커리어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다. 커리어개발 이론이 갖는 의미를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하여 이론의 유효성과 한계 그리고 대처방안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커리어개발 이론은 논리적 추론이나 도구의 조작을 통해 만들어지거나 심리적인 해석만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커리어개발 이론들은 다양한 상황(career fields)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보여주는 개별 커리어개발 행동에 대한 관찰(measurement)과 통찰(insight)을 바탕으로 한 수 많은 노력의 산물이다. 즉 커리어개발을 위한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과학적 관찰을 통해 범주화 시키고 모형화(modeling) 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존재하고 행동하는 환경과의 상호작용(contextual adjustments)과 역동(dynamic behavior)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개발된 것으로써, 처음 제시된 후 10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도 유효한 기질-요인(traits-factors; 흥미, 가치관, 직무특성 등등)이론이 이를 잘 설명해 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론의 효과성에 대한 판단은 커리어 상담을 학습하는 모든 사람들이 예외 없이 커리어개발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점으로도 충분할 것이지만, 수 많은 실천가들이 오래 동안 다양한 장면에서의 활용을 통해 이를 증명해왔다. 이들의 노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커리어개발 이론들의 장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각 개인의 커리어 선택 및 전환 등과 관련된 심리적, 행동적 현상을 설명해줄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개인들의 선택과 행동에 대한 이해와 준비를 풍부하게 해준다.
-미래의 직업 또는 직장에서의 몰입, 적응, 만족 등과 같이 각 개인이 경험하게 될 사건들에 대해 예측할 수 있게끔 해준다.
-각 개인의 실제 활동(career development activities), 도구와 기술(Life & vocational skills)들에 대한 준비와 활용에 대한 지침을 제시해준다.

물론 이와 같은 장점들은 궁극적으로 이론의 최종 수혜자인 각 개인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지만, 커리어개발 실천가들의 근본적인 역할이 고객들의 커리어개발을 효과적으로 돕는 것임을 생각해 볼 때 커리어 이론이 일차적으로 실천가들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되며 주요 이론의 학습을 위해 노력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실천가들이 여전히 “실제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거나 역설적으로 “새로운 이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필자 또한 이러한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만, 국내외에서 수 천명의 실천가 및 이론가들을 만나보면서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 간에 미묘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이론의 한계를 주장하는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는 실천가 자신으로부터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10년에 걸쳐 우리나라에서의 커리어 서비스가 크게 확대되었고 이를 제공하는 실천가들의 수 또한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효과적일 정도로 커리어개발 이론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거나 학습한 실천가들은 거의 볼 수 없었다. 공인 자격이나 관련 분야의 석사학위를 보유한 경우에도 다르지 않은데, 이는 커리어 상담가로서의 직업이 갖는 의미에 대해 올바른 인식이 부족했던 것과 함께 이들이 현장에서의 적용과 실천을 위한 충분하고 실질적인 학습과정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며, 학습의 목표를 자격증이나 학점 취득에 맞추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반하여 주요 선진국의 실천가들 가운데 이론과 현실 간의 불일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15년 이상을 현장에서 활동해온 전문가들이라는 점이 크게 대비가 된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이론이 모든 실제 상황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히 옳다. 그러나 최소한 커리어 컨설턴트로서 처음 10년간은 processing counseling skill과 cognitive counseling skill, professional behavior, 그리고 컨설턴트로서의 self-awareness를 확립하는 기간이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초기의 5~6년 간은 다양한 이론을 익히고 활용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processing & cognitive skill을 연마하기 위한 시기이다. 실천가가 마주치는 개별 특정 상황이 이론으로 설명되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여러 이론에 대한 통찰적인 이해를 높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실천가들이 다양한 현장에서 활동 하면서 커리어 컨설팅 능력을 향상 시키기 위해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안타깝게도 주요 선진국의 자격기준으로 보자면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커리어 개발 실천가들의 절대 다수가 합당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할 수는 없다. 매우 충격적이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올바른 서비스를 위해 주요 이론들에 대해 개별적 및 통합적 이해 수준을 높이고 이론으로부터 제시되는 상담기술(processing counseling and cognitive counseling skills)들의 적용에 능통해진 후에 이론의 한계를 주장하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이론과 실제 간의 불일치’를 주장하는 국내 실천가들의 견해를 일방적으로 낮추고 싶은 의도는 전혀 없다. 개인적인 준비 부족이 ‘이론의 한계’에 대한 근본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충분한 이론적 배경을 갖추고 매우 오래 동안 현장에서 활동한 실천가들일수록 이론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으며, 이들은 다음과 같이 이론의 한계점을 지적하고 있다.

-커리어개발 이론은 각각의 이론가들 관점에서 제시되고 있으며, 통합적인 관점에서의 커리어 선택 및 개발에 대한 해석과 제시를 못하고 있다.
-각각의 이론 연구에서 활용된 준거집단들이 모든 사람들을 대표하지 못한다.
-각각의 이론들은 분명한 문화적 한계점들을 갖고 있다.


이러한 한계점들에 더하여 노련한 실천가라면 오래 동안 일정 부분 잘 작동 되었던 커리어개발 이론의 유효성이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커리어개발 이론의 근간을 흔들고 있을 원인은 무엇일까? 사실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하며 복잡한(complex) 주제가 된다.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과 사회경제적 상황(political changes, economic crisis & opportunities 등등)과 같은 거시적 요소의 변화와 함께 미시적으로는 일의 종류와 일하는 방식, 조직과 고용 구조, 고용에 대한 심리적 계약, 각 개인의 가치관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요소들의 상호작용에 의한 극적인 변화가 커리어개발 이론의 확장, 또는 이러한 주제를 다루어 줄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을 요구하고 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세상의 변화가 이론의 한계를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한편, “커리어 상담과 일반 상담은 어떻게 다른가?”와 같은 그럴듯한 질문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으며, 필자 역시 자주 제시하는 화두이다. 이에 대해서도 몇 가지 대표적인 답변들이 있지만 사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공급자의 입장이 아니라 수요자의 입장에서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상담을 요청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어느 범위 까지를 자신의 문제(needs)로 인식하고 필요한 지원의 수준(depth of intervention)을 결정하느냐에 따라 커리어 상담 또는 독립된 상담영역으로 구분 될 수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상담이라면 커리어 상담을 요청한 경우라도 상담의 많은 부분이 개인의 삶에 대한 주제로 채워지며 이에 대한 이슈들이 정리된 후에 비로서 직업과 관련된 상담 또는 폭 넓게 커리어 상담이 이루어지게 된다. 직업적인 이슈(취업, 전직, 재취업 등등) 만을 분리하여 상담하는 실천가들의 노력이 낮게 평가되는 이유의 대부분은 내담자의 진정한 욕구에 대한 상담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고 결과적으로는 제한적인 도움에 그치는 것에서 비롯된다. 개인이 상담비용을 부담하는 커리어 상담이 발전하지 못하는 것은 직업상담을 제공하는 실천가들의 노력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가 모두가 알고 있듯이 개인의 삶에서 직업적인 영역을 완전하게 분리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며, 일반적인 개인상담(general counseling)과 커리어 상담을 분리시키려는 노력도 잘못된 행태이다. 커리어개발 실천가는 변화하는 일의 세계라는 맥락 속에서 고객들에게 커리어 서비스를 제공하며, 서비스의 일반적인 목표가 일생에 걸쳐 현실적인 의사결정과 커리어 조정, 그리고 만족 등을 향상시키는 것임에 비추어 볼 때 일반 상담가와 달리 인구통계적 경향, 노동시장 정보, 고용주들의 기대, 구직기술, 사정도구, 전반적인 활용자원 등등과 같은 일의 세계와 관련된 사항과 변화에 대해 더욱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 (이들 지식 중의 일부는 상담분야 이외의 영역에 속한다.) 또한 실천가들은 고객 집단별로 갖고 있는 다양하고 독특한 이슈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하며(임원, 관리자, 현장근로자, 재취업희망자, 은퇴자, 이민자, 소수자 집단 등등), 일반적으로 전환시기(time of transition; 졸업, 실직, 전직, 재취업, 재활)에는 한층 강화된 커리어 서비스를 필요로 하므로 내담자들이 그러한 전환을 거치는 동안 부딪치게 되는 심리적 및 현실적 이슈들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직업적인 상담에 앞서 상담가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갖추는 것이 필요하고(상담의 형성을 위해 필요한 processing & cognitive skill 들은 어떠한 상담에서든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여기에 더하여 직업세계와 관련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급격하고 혁신적인 변화의 시대에는 보다 유연한 이론을 필요로 한다. 커리어개발 이슈에 대해서도 관리 가능한 틀 안에서 다룰 수 있으며, 오늘날의 일의 세계에서 사람들이 마주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소시키기에 충분히 유연한 이론들이 필요하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뛰어난 커리어 이론이라면 실천가들이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적절한 안내를 제공해줄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러한 이론들이 충분하지 않으며 현장 실천가들의 창의력과 영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호까지 소개한 이론들 가운데 사회인지진로이론 (SCCT)과 계획된 우연(Planned Happenstance) 이론은 잠재적이지만 뛰어난 통합적 상담 모형을 제시해 준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의 커리어개발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planned happenstance), 개인과 맥락적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신의 커리어개발을 관리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틀(social cognitive career theory)을 제시 해주는 점들은 현장의 실천가들이 많은 노력을 들여서라도 학습할 가치가 충분하다. 이와 더불어 커리어 서비스를 위한 절차적인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서비스를 요청하는 고객들의 배경과 니즈에 맞추어 커리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주요 이론의 이해와 활용을 위한 노력을 배가 시킴으로써 창조적인 커리어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다.


참고로 필자의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었던 주요 이론들은 다음과 같다.
a. Traits-Factors theory
b. Work adjustment theory
c. Social learning theory
d. Development theory
e. Transition theory
f. Life-Long theory
g. Social cognitive career theory
h. Cognitive Information theory
i. Planned Happenstance theory
j. Constructivism
k. Meandering and Manoeuv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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