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된 우연 (Planned Happenstance)
글쓴이 : 김웅태            작성일 : 2009-09-18
일반적으로 바람직한 커리어개발이란 ‘자신에게 최적인 직업’을 파악한 후, 그 직업을 갖고, 그 직업에서 성공하는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생각은 100년 전에 Parsons가 “개인의 특질과 직업 특성이 잘 맞을 때 직업에서의 만족을 비롯하여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기질-요인 이론, 1908)를 발표한 이래로 많은 사람들에게 진리처럼 인식되어 왔다. 실제로 이 이론을 알든 모르든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고민이 많은 사람들 일수록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직업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눈을 현실세계로 돌려보면 전혀 다른 진실을 발견할 수 있으며, 그 진실은 많은 사람들, 특히 커리어개발 분야의 이론가와 실천가들에게 적지 않은 당혹감을 가져다 준다. 세상 사람들의 대부분 - 통계적으로 80%나 되며 여기에도 파레토 법칙이 적용된다 – 은 장기적인 커리어 목표를 갖고 있지 않으며, 커리어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보여지는 사람들의 대부분(역시 80% 정도 된다)도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커리어개발 과정을 밟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필자 또한 이러한 현황에서 자유롭지 못하므로 필자의 이력을 사례로 하여 세상의 진실에 대해 알아보자.

• 물리학 박사학위 취득 (Nuclear Spectroscopy)
• 대학 시간강사 취업 (물리학, 수학, 안경학)
• 대학교수 취업 (안경광학)
• 비즈니스 컨설팅 창업 (설비자산 관리)
• 인사조직 컨설팅 겸업
• 전직지원서비스 전환
• 커리어컨설턴트 교육서비스 전환
• 카운슬러 및 수퍼바이저, 기업가

언듯 보아도 필자의 경력이 일관되지 않은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소위 전문분야로 보자면 정반대의 분야의 경력을 갖고 있으며(물리학상담) 연계점도 찾기 어렵다. 진실을 조금 더 적자면 처음 물리학을 선택하였을 때나 박사과정에 입학하였을 때, 그리고 대학을 떠나 컨설팅 분야로 진입한 후 현재의 직업을 선택할때가지 단 한 번도 체계적인 커리어계획을 세워보지 못했다. 즉, 필자의 삶에 극적인 변화나 영향을 준 사건들은 모두 필자가 예상을 했거나 미리 준비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간혹 이와 관련하여 필자가 지금까지 겪어온 직업생활에서의 성과나 만족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지만, 현재까지의 직업적인 성취나 만족에 있어 큰 부족함이 없었다는 점도 함께 밝히고 싶다. 이제 필자의 경험을 일반화시켜보자. 독자의 경우에는 어떠한가? 현재의 커리어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든 또는 지금까지의 성취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든 관계 없이 적어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라면 자신의 경력관리에 대해 크게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지는 않을 것이지만, 필자의 상담 경험으로는 독자 역시 장기적인 커리어개발 계획을 세우고 체계적인 커리어 관리를 하지 않는 진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더하여 또 다른 진실을 밝혀보자. 자신의 커리어 관리에 자부심을 갖는 독자를 비롯하여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개발한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있는 인식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의 커리어개발이 항상 계획하고 준비한 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준비가 갖출수록 좋은 기회를 만날 수 있는 ‘우연성’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비록 필자의 경력이 체계적인 사전계획에 따라 개발된 것은 아니지만 필자가 누릴 수 있었던 좋은 기회들은 미리 준비되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박사과정 진학에 대해 미리 계획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시로서는 흔치 않은 기회를 갖게 된 것은 석사과정에서의 폭 넓은 노력의 결과로 만나게 된 우연이며(필자의 학자적 소질은 많지 않다), 현재의 만족한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것 또한 앞선 직무에서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준비했었기에 만나게 된 ‘우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밝혔듯이 사실 두 경우뿐만 아니라 필자가 대부분의 전환점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사전계획에 따른 결과라기 보다는 전환점 이전의 과정에서 마주했던 다양한 상황을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독자들의 주변 사람들 가운데 남들보다 자주 행운의 기회를 누리는 사람들을 찾아보라.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모두 ‘로또 법칙’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복권을 자주 구입하는 사람들일수록 당첨될 기회를 많이 갖게 되며 필자와 같이 1년 동안 한장의 복권도 구입하지 않는, 즉 복권에 당첨될 계획을 수립하거나 실천하지도 않는 사람은 복권에 당첨되는 우연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지금까지 필자의 사례를 통해 “계획된 우연 (Planned Happenstance, J. Krumboltz 1999)”의 개념을 설명하고자 했다. 이 이론은 커리어개발을 운에 맞기거나 체계적인 과정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의 삶과 커리어 모두가 항상 계획한 대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지만, 우연(Happenstance)에 대비한 준비가 많을수록 좋은 결과를 만들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승진이나 직위변화, 또는 새로운 일자리까지도 자신의 계획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회사의 사정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직업결정에 있어서도 자신의 욕구 외에 가족들을 비롯한 주변의 기대가 크게 작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즉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세웠더라도 계획대로 커리어개발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이처럼 체계적인 준비와 절차를 따르는 전통적인 커리어개발 이론이 현실에서 어긋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은 일하는 방법을 비롯하여, 직업환경, 경쟁방법, 고용에 대한 심리적 계약 등등의 일의 세계에 대한 전반적이고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으며 노동시장의 불학실성을 크게 증가 시켰다. 따라서 오늘날과 같이 직업의 세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전통적인 커리어개발 방법을 따르는 것이 쉽지 않다. 개인과 환경 간의 일치를 찾거나 만들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는 사실은 결과적으로 전통적인 커리어개발 방법을 따르려는 사람들은 이상적인 직업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접하게 될 때 적지 않은 고통을 느끼거나 당황하게 한다. 필자도 박사과정 수학을 결정하기까지 6개월 이상을 고민하며 보냈었다. 박사학위를 취득한다고 해도 대학이나 연구소 또는 그 어떤 직장에서라도 필자에게 적합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필자가 대학을 떠날 생각을 가졌을 때도 동일한 상황을 반복해서 겪었다. 이 시점이 대학을 떠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적절한 시기인지, 인생의 실패를 가져오는 결정은 아닌지, 또는 대학을 떠나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을 지 등의 고민에서 벗어나 명쾌한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었다. 전통적인 커리어개발 이론으로는 이 상황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전통적인 커리어개발이론과 계획된 우연을 비교해 봄으로써 커리어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확장시켜보자.

표1. 전통적인 커리어 이론과 계획된 우연 이론
>>전통적인 커리어개발 이론<<------------->>계획된 우연 이론<<
명확한 결정을 내리기---------------------미결정을 받아들이기
논리적이며 체계적인 커리어개발 과정------예측할 수 없으며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
자신에게 최적의 직업을 파악하고 적응하기-예상치 않은 사건들이 제공하는 기회를 활용하기
개인특질과 직업특성 간의 일치------------호기심에 따른 개발
선택안을 좁히기--------------------------환경변화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갖기


특별한 부연설명 없이도 ‘계획된 우연’ 이론이 현재의 커리어개발 환경에서 매우 유용하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실이 전통적인 커리어개발 이론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낮추지는 않는다는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계획된 우연의 의미는 호기심을 따르거나 당신이 자연스럽게 이끌리는 행동에 젖어드는 것이다. 우연(Happenstance)은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을 눈치채거나 그러한 상황들이 가져다주는(또는 발생되는) 잠재적 기회를 알아채는 것을 의미한다. 계획된(Planned)의 의미는 당신의 주된 관심 분야가 무엇인지 알고 있거나, 드러난 상황이나 사건에 대해 수용적이거나 또는 그러한 사건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 갖추는 것에 따른 이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결국 지난 호에서 강조했던 “기회는 오직 준비된 사람 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이다.”와 일맥상통한다.

이제 “계획된 우연”을 실천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일상생활에서 우연한 사건들이 가져다주는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경우는 적지 않으며, 따라서 다음과 같은 행동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1) 자신의 호기심을 활용한다: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2) 인내심을 갖는다: 어려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으며 노력을 게을리 않는다.
그 분야의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본다.
3) 유연하게 대처한다: 자신의 태도, 더 나아가 환경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한다.
4) 낙관적이 되도록 한다: 잘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으며,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갖기 전에 포기하지 않도록 한다.
5)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한다: 고정관념을 갖고 판단하지 않도록 한다.
6) 가능한 한 넓고 좋은 인맥을 형성한다.
7) 사람들에게 조언 구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커리어개발 방법과 계획된 우연은 서로 양 극단에 위치한 것처럼 생각될 수 있다. 전통적인 커리어개발 방법은 지극히 잘 구조화되고 체계적으로 보이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반면 계획된 우연 이론은 미결정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적합하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하고 있으며, 자신의 다음 커리어를 위해 어떠한 방법을 적용하던 두 이론 모두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공통적인 방법은 많이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당신을 이끌어 줄 기회조차 안 만들어진다.’


[커리어 팁]

행운은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5 Steps for Planned Happenstance)

1단계: 커리어개발에 대한 기대를 명확히 한다.
목표: 미래는 사건과 비사건 (Events and non-events), 그리고 계획하지 않았던 사건들이 혼재된 모습으로 만들어진다. 계획하지 않았던 사건들이 발생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며 우리의 삶에서 필요한 요소이다.

• 미래에 대한 걱정은 누구나 갖고 있으며 적극적인 생각으로 극복할 수 있다.
• 커리어 플래닝의 궁극적인 목적은 보다 만족스러운 삶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 만족스러운 삶은 많은 요소들의 균형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직업, 가족, 사회관계, 취미,
지역사회활동, 운동, 건강과 영양상태, 삶의 의미, 소속감, 여가 등등
• 커리어 패스를 그려보는 것은 예상치 못한 사건들에 대한 수 많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평생학습과정일 뿐이다.
•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의 커리어는 계획되지 않은 많은 사건들의 영향을
받는다.
• 내가 할 일은 계획하였거나, 계획하지 않은 미래를 만들어내고 그 미래로부터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
• 미래의 직업을 결정하는 것은 단지 나 자신의 커리어 기회를 탐색하는 출발점일 뿐이다.


2단계: 자신의 욕구를 명확하게 한다.
목표: 자신의 삶을 보다 만족스럽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한다.

•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보았을 때, 가장 정열적이었던 활동은 무엇이었는가?
• 나는 그러한 정열적인 활동들을 어떠한 과정이나 방법으로 발견하였는가?
• 나 자신의 삶에 그러한 정열적인 활동들을 포함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 다른 어떤 관심분야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가?


3단계: 계획하지 않았던 사건들(unplanned events)에서의 성공경험을 활용한다.
목표: 과거의 성공으로부터 배운 교훈을 현재의 활동에 적용시킨다.

• 계획하지 않았던 사건들이 자신의 삶이나 커리어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적어본다.
• 영향을 받았을 때 나는 무엇을 하였는가?
• 나는 그 기회를 어떻게 인지하게 되었는가?
• 그 사건을 활용하기 위해 어떻게 하였는가?
• 그 사건과 관련된 핵심인물과는 어떠한 방법으로 교분을 쌓게 되었는가?
•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관심분야와 보유기술을 어떻게 알렸는가?
• 현재 어떤 유사한 활동을 하고 있는가?


4단계: 잠재적인 기회를 알아챌 수 있도록 민감해진다.
목표: 예기치 않았던 사건들을 기회로 활용하는 방법을 배운다.

• 나 자신에게 일어나기 바라는(희망하는) 기회를 적어본다.
• 내가 원하는 기회(사건)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 만약 내가 그렇게 행동한다면, 나의 인생은 어떻게 변하겠는가?
• 내가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면 나의 인생은 어떻게 변하겠는가?


5단계: 장애요인들을 극복한다.
목표: 장애요인을 극복한다.

• 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못하게 방해하는 것은 무엇인가?
•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첫 걸음은 무엇인가?
• 내가 장애요인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 실제로 나의 첫 걸음을 방해하는가?
• 행동을 시작한다면 내 삶의 어떤 부분이 보다 만족스러워 지겠는가?


Planned Happenstance로부터의 교훈:

1. 누구의 커리어든 예상하지 않았던 사건들이 반드시 영향을 미친다.
2. 현실은 자신이 꿈꾸었던 것 이상으로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다.
3.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4. 누구나 자신만을 위한 계획하지 않았던 행운을 만들 수 있다.
5. 모든 경험은 학습과정이다.
6. (직업을 포함한)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찾을 수 있다.
7. 새로운 생각과 경험들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믿음을 통해 내적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

출처: Kathleen E. Mitchell, Al S. Levin and John D. Krumboltz. Planned Happenstance: Everyone Can Create Unplanned Career Opportunities. Presentation to California Career Conference, November 3, 2000.
국제공인커리어컨설턴트 훈련과정

출처: 김웅태, 커리어휘트니스매뉴얼, ㈜씨비에스컨설팅 (2008)
김웅태편저, 국제공인커리어컨설턴트훈련매뉴얼, ㈜씨비에스컨설팅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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