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개발 학습이론의 이해와 활용
글쓴이 : 김웅태            작성일 : 2009-08-08
인간행동과 관련하여 학습은 오랫전부터 중심주제가 되어왔다. 실제로 연구자들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만드는 절대적인 방법이 학습이라는 점에 대해서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커리어개발의 본질이 특정 직위에 도달하거나 괜찮은 직업을 갖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발전과 수행에 있다고 할 때 학습과 커리어개발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아닌 동일한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커리어개발이 일과 관련하여 일생동안 겪는 모든 경험의 총합”이라는 해석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학습의 과정과 커리어개발 과정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분리될 수 없다. 초점을 학습에 맞추어 보면, 학습자와 학습과정에 대한 다양한 현실적인 가정이 가능하고 이를 설명해주는 몇 가지 학습이론을 만나게 된다. 커리어개발 관점에서는 각 개인의 커리어개발을 촉진시키는 과정 또는 수단으로 학습을 바라보게 되고 커리어개발 이론에 행동주의, 인지주의, 구성주의, 인간주의, 구성주의 등의 다양한 학습이론들이 반영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한편, 학습이론의 분류방식을 떠나 ‘현실적인 결과에 대한 객관적인 입증’이 커리어개발에 대한 기대라는 점에서는 행동주의이론에 근거한 커리어개발모델이 유용하다.
행동주의 이론가로 알려진 J.Krumboltz는 개인의 커리어 선택과 개발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네 가지 요인들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유전, 환경, 학습경험, 직업기술) 네 가지 결정요인들 가운데 상담가나 교수자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학습과정을 통해 세 번째와 네 번째 요인들뿐이며, 따라서 이 두 요소를 긍정적으로 강화시키기 위한 학습방법을 제안 것이 그의 커리어개발 이론이다. (그의 이론은 사회인지진로이론(SCCT)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그는 행동주의 이론가답게 커리어개발을 촉진시키는 학습유형을 도구적 학습(instrumental learning; 긍정적 및 부정적 강화를 통한 학습)과 연상 학습(associative learning; 역할 모델 등을 통한 학습)으로 구분하고 효과적인 커리어개발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였다. 이와 더불어 그는 커리어개발을 위해 각 개인이 “목표를 정의하고, 대안을 마련하며, 정보를 수집하고,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기술”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기술이 학습을 통해 습득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지난 호에서 커리어개발을 위한 단계를 체계적으로 밟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듯이, 크럼볼츠가 제시하는 기술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각 단계의 첫 글자를 따서 이름을 붙인 이 기술(DECIDES)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자.

단계 1: 문제를 정의한다. (Define the problem)첫번째 단계에서는 각 개인이 갖고 있는 커리어 이슈나 희망을 매우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것이다. 필자에세 상담을 요청하는 내담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내가 하고 싶은 직업을 갖고 싶다”고 말하지만, 사실 이러한 표현 만으로는 구체적인 도움을 주기 어렵다. 필자는 내담자들에게 자신의 욕구를 보다 명확하게 말하도록 하는데, 상담을 통해 (또는 도움을 받지 않고도) “나는 사람들과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정규직이면서, 최소 2천5백원원 이상의 연봉을 받으면서, 현재로서는 추가 교육을 받지 않고도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다.”고 자신의 욕구를 명확하게 말할 수 있을 때 구체적인 문제해결 방안을 찾기 쉬워진다. 막연하게 현재보다 괜찮은 직위나 직업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가장 좋은 출발점이 된다.

단계 2: 실천계획을 수립한다. (Establish an action plan)두 번째 단계는 아래에 설명하는 나머지 다섯 단계에 대해 ‘어떻게 각 단계를 진행할 것이며, 각 단계에서 무엇을 만들어내야 할 지’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 개략적인 일정계획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첫 번째 단계에서 자신의 욕구를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다면, 이 단계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많은 경우 합리적인 동의에도 불구하고 정서적인 동의 수준과는 다소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나머지 다섯 단계를 원활히 진행시키기가 쉽지 않다. 특히, 세 번째 단계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평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기에 힘들어하며, 집단 워크숍이 아닌 개별 과제로 부여하는 경우에는 세 번째 단계를 건성으로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만일 독자가 멘토 역할을 하는 경우라면 일곱 단계 모두를 체계적으로 밟아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겠지만, 세 번째 단계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단계 3: 가치를 명확히 한다. (Clarify values)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고 지난 호에서 설명했듯이 사람들의 행동과 기대는 자신이 갖고 있는 가치관에 따라 결정된다. 실제로 가치는 견고하게 다져진 믿음이며 사람들의 행동을 결정한다. 따라서 1단계에서 정의한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들을 파악하기 전에, 자신의 삶과 직업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들과 가장 중요하지 않은 가치들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의 근무경험, 가치진단도구, 가치카드분류표 등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예상할 수 있는 결과를 비교해가며 선택하는 경향이 있지만 필자는 결과적인 효익이나 투자해야 하는 자원의 비교에 앞서 자신의 삶의 가치 순위에 따른 선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들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커리어개발의 지속성과 몰입 정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을 찾고 우선순위를 정할 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단계 4: 대안을 파악한다. (Identify alternatives)대안은 욕구를 충족시키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의미한다. 대안을 찾거나 파악하는 단계는 앞서 1단계에서 정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을 찾는 과정이다. 각자의 노력에 따라 문제해결을 위한 여러 방법들이 찾아질 수 있지만 보다 효율적이 되기 위해서는 3단계에서 스스로 파악한 자신의 가치우선순위를 기준으로 대안들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대안들의 우선 순위를 정하기 위해 직무책임, 직무수행환경과 같은 환경적 요인을 비롯하여 자신의 흥미, 성격, 능력 등의 내적요인에 대해 확인하는 작업(진단과 검사를 받는 것)도 세 번째 단계에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단계 5: 가능한 결과들을 발견한다. (Discover probable outcomes)네 번째 단계를 잘 마쳤다면 각각의 대안에 따른 결과들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게 된다. 기본적으로 급여(연봉), 부가 혜택, 근무환경, 성장기회 등에 대한 예상이 가능하며, 라이프 스타일, 가족과 여가를 위한 시간 등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직업(무)의 문화적 측면에 대해서도 짐작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단계 3에서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구체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예상되는 결과를 살펴보지 않는다. 소문이나 부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해 결과를 예상하고 이를 토대로 다음 단계의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 대부분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얻게 된다. 실제로 입사 1년내에 퇴직하는 신입사원 비율이 30%에 이른다는 사실이 이를 잘 뒷 받침해준다.

단계 6: 대안들을 체계적으로 제거한다. (Eliminate alternatives systematically)이 단계에서는 파악된 대안들에 대해 자신의 가치, 가능한 결과들, 기술과 능력, 흥미, 직업(무)전망, 요구역량 등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여 대안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이 된다. 구체적인 사실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가능한 결과를 예상해보는 과정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지루한 작업일 수도 있다. 지난 호에서 살펴본 의사결정유형 가운데 충동형이나 직관형에 속하는 사람들은 특히 DECIDE 과정을 어려워한다. 그러나 커리어개발과 관련하여 필자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은 사실에 근거한 결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결정이 가져다 주는 위험과 손실은 대부분이 예상 보다 많은 피해를 가져온다. 대안들을 합리적으로 비교하기 위한 용이한 방법으로 의사결정균형도구(Personal Balance Sheet)가 있다. 이 방법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으며 다양한 의사결정 상황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단계 7: 행동을 시작한다. (Start action) DECIDES 기술의 마지막 단계는 자신의 문제해결이나 욕구를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인 최선의 방안을 만들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구체적인 행동목록을 만들고 각각의 행동에 대한 예상시간과 결과를 그려보는 것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행동방안이라면 작게 나누어 실행에 옮기도록 한다. 중요한 것은 한 번에 큰 진전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작더라도 지속적으로 계획을 실천하여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계획에 따라 한 걸음씩 나아가도록 하며, 자신이 이룬 성취에 대해 스스로 보상해주는 계획을 포함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DECIDES 기술을 발휘하는 과정은 논리적이고 일관되어 보이지만 사실 모든 사람들이 쉽게 따라하지는 못한다. 이는 조직에서 뛰어난 논리에 근거한 CDP 제도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조직과 개인들이 어려워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개인차원에서 IDP가 효과적이기 위해서 또는 자기계발 과정에서 많은 멘토들의 도움이 필요한 것처럼, DECIDES 기술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코칭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러한 작업은 학습과 성취에 대한 대한 긍정적인 강화가 있을 때 효과적이다.

커리어개발 과정에서 부딪치게 되는 많은 어려움들이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존재하지만 개인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어려움들은 아마도 근거 없고 비이성적이며 커리어에 대한 부정적인 믿음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없다거나 소수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성공하기 어렵다 등과 같은 어리섞은 생각 때문에 DECIDE 기술의 발휘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면 주저 말고 자신의 멘토나 커리어 컨설턴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학습을 통해 모든 해결책과 충분한 자원을 이미 자신이 갖고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더욱 커지리라 생각한다.

출처: 김웅태, 커리어휘트니스매뉴얼, ㈜씨비에스컨설팅 (2008)
김웅태편저, 국제공인커리어컨설턴트훈련매뉴얼, ㈜씨비에스컨설팅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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