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서비스 활용을 위한 조언
글쓴이 : 김웅태            작성일 : 2009-11-06
11월은 대부분의 조직이 차기연도 사업계획 수립을 완료하였거나 막바지 조정작업을 하는 시기일 것이다. 커리어 개발 분야에서 활동하는 필자에게는 내년도의 연구과제와 신규 서비스 등에 대해 구상하는 시기이자 기업들이 구성원들의 커리어 개발을 위해 어떤 활동을 펼칠 것인가에 관심을 갖게 되는 때이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커리어개발 분야의 두 가지 측면에서 작년과 달라진 점을 찾아볼 수 있다. 먼저 경제위기 속에서도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는데, 많은 기업들이 교육비를 줄였던 점에 비추어 경력개발워크숍(IDP) 과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은 주목할 만 하다. 공조직 특유의 공로연수과정이나 노사협약에 의한 정년퇴직직원 지원 과정은 예년과 큰 차이 없이 운영되고 있지만, 신입사원이나 중견사원을 대상으로 한 자기계발워크숍이나 경력개발 상담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이다. 눈 여겨 볼 점은 이러한 프로그램이 경제상황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인데 과거의 전직지원서비스와 같이 일시적인 유행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두 번째 변화는 커리어 컨설턴트를 장기적인 커리어 대안으로 준비하는 HR 매니저의 수가 많아 졌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HR 부문에서의 경력을 확장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가 된다. 지난 10여 년 간의 경향을 보면 HR 매니저들의 퇴직 후 진로가 그리 다양하지 못하였으며 전반적으로 성공적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자신이 익숙하거나 능숙한 분야로의 커리어 개발을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HR 경력을 갖고 있는 경우 선택의 폭이 기대 만큼 넓지 않은 탓이다. HR 매니저의 경우에는 조직을 떠나는 시점에서의 연령이 재취업에 유리하지 않으며, 이와 더불어 선임급의 HR 매니저가 진출할 수 있는 전직 기회가 적다는 점이 가장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수 의 HR 출신들이 서치 펌이나 산업교육 분야로 진출했지만 성공적인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이들 영역은 무엇보다도 사업가 마인드가 필요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관습에 익숙한 상태에서 치밀한 준비 없이 진출했던 것이 가장 큰 실패 이유일 것이다. 반면, 커리어 컨설턴트로의 진출은 아직까지는 미비한 수준이나 장기적으로 충분히 선호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조직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으며, HR 경험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갖고 활동하는 컨설턴트가 거의 없다는 점이 HR 출신들에게는 상당한 매력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취업이나 재취업과 관련된 커리어 서비스는 극히 일부분의 커리어 서비스 영역이며, 시장이 확대되고 양질의 서비스 욕구가 증가되는 경향에 비추어 HR 부문에서의 경험은 이 분야로의 진출에 극적인 경쟁력을 더해 주기 때문이다.



첫 번째 경향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면, IDP가 CDP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IDP 과정을 운영했던 조직들은 다소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여기에는 구성원들의 조직몰입도 저하 또는 커리어 개발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안감 증대가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외에도 직장적응, 인재유지, 자기계발지원 등의 다양한 배경이 있겠으나 전반적으로 자기주도적 커리어 개발을 지원하는 방안으로써 긍정적인 의미다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본의 주요 기업들이 1980년 전후로 이와 유사하거나 확장된 형태의 프로그램들을 경쟁적으로 도입했던 사실과 견주어 보면 많이 늦어졌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당시 일본의 사회경제적 환경을 우리가 거쳐온 시대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일본기업들이 직원들의 ‘커리어 개발’ 및 ‘일과 삶의 균형’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했던 제도나 프로그램이 광범위하고 체계적이었던 점에 비추어 우리 기업들의 인식전환이 시급하며, 이와 더불어 경력개발제도나 CDP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단편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에서 HR 부문의 분발이 필요하다. 한편, 구성원들의 자기계발 프로그램이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IMF 이후 단기적인 성과중심의 경영에 익숙해져 온 것이 하나의 원인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일부 기업에서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직원상담제도나 사내전직지원프로그램 사례는 충분히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이들의 성공 과정은 다른 기업에게도 모범이 된다.


경력개발과 관련하여 필자가 만났던 기업들 가운데 뛰어난 성과를 만들고 있는 사례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대부분의 기업들이 일시적인 문제 해결이나 도구적 차원에서 경력개발 또는 관련된 프로그램을 도입했던 것과는 달리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이나 전략적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0년 전의 경제위기 상황에서부터 다수의 기업들이 활용하였던 전직지원서비스는 이를 활용하였던 많은 기업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서비스 품질과 낮은 성과로 실망을 주었고, 현재는 고용조정 시에 제시되는 보상 패키지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전직지원서비스가 시작된 미국의 경영환경에서는 이를 중요한 보상 패키지의 하나로 활용하는 것이 당연시 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목적으로의 활용이 적합하거나 충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고용에 대한 사회적 및 심리적 계약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보다 체계적이고 치밀한 관리방안이 필요하다. 들어내놓고 논의하기 어렵지만 전직지원서비스의 활용을 검토할 때 거래조건이나 책임회피 수단으로만 보지 말고 보다 전략적인 차원 또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퇴직하는 개인들에게 전직지원서비스가 자비로 이용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물어보면 절대 다수가 부정적인 답변을 하고 있으며, 조직의 경우에도 당면 과제의 해결 수단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계륵과 같다. 이와는 달리 모 기업의 사례를 보면 전직지원프로그램이 경영전략 차원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당 기업은 전직지원프로그램의 도입에 앞서 계열사와 타사의 운영성과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였음은 물론 관심직원들의 퇴직배경에 대해 심층적인 전수조사를 실시하였으며, 구조조정기의 퇴직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경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최고수준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쳤다. 당시의 조사과정에서 해당 회사가 주목했던 것은 구조조정기를 거치면서 재직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갖고 있는 사회적 및 심리적 계약 수준이 크게 낮아졌으며 결과적으로 조직이탈 및 비윤리적 행위의 가능성도 높아 졌다는 점이다. 즉, 일시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인재이탈을 방지하고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회복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전직지원프로그램 도입을 결정한 것이다. 따라서 외형상 전직지원을 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게 보여도 진행과정이나 지원 주체에서 커다란 차이를 만들었으며, 구성원들이 조직을 떠난 이후에도 회사 주도로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를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이 가능하게 하였다. 이 사례는 당면 과제의 해결 방안으로써가 아닌 조직운영 전략에서 전직지원프로그램을 도입된 거의 유일한 사례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눈 여겨 볼 점은 회사가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하고 퇴직직원들을 소홀히 대하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회사의 중요자원을 직접 투입하였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때까지 상당 기간 동안 일관된 방식으로 운영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해당 기업의 퇴사자와 재직 직원들은 물론 퇴사자들을 고용한 회사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사례에서는 해당 기업의 HR 전략이 근본적인 이슈에 초점을 두고 실행되었다는 것이 돋보이며 타 기업에서도 벤치 마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전직지원서비스의 효과성에 대해 인색한 평가를 내리기에 앞서 전직지원서비스를 가능한 수단의 하나 정도로 간주하는 대신 HR 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 준다. 한편, 해당 기업에는 직원들의 커리어 개발과 관련하여 또 관심을 끄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재직 직원들이 직장적응과 성장 과정에서 가질 수도 있는 심리적 불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상담실을 운영하는 것이다. 종업원지원프로그램이 점진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일부 기업에서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외부 인력에 의존하여 상담을 제공하는 것과는 달리 이 기업은 직접 전문가를 채용하여 일관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줌으로써 조직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를 지속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구성원들의 커리어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또 다른 모범 사례로는 IDP 워크숍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사실 많은 조직들이 CDP에 대해 적지 않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이의 구현은 결코 쉽지 않다. CDP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경영자의 의지에서부터 정책, 제도, 도구 등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이슈들이 체계적으로 정비되어야 한다는 것을 독자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좋은 제도일 수 있지만 결코 간단치 않다. 잘 운영될 수 있다면 CDP는 조직 내, 외에서 개인의 가치를 구체화시키고 실현시키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비록 직무중심 노동시장이 아직 요원할 지라도 우선은 개별 구성원들이 자신의 재능을 키우고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CDP가 유용한 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수년 전부터 기업들로부터 자기개발계획 연수에 대해 함께 논의해왔지만, 교육수요조사, 인사부문의 이슈, 또는 HR 전문가 관점 등의 배경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IDP의 필요성을 느끼는 만큼의 제도적 또는 인사 시스템 차원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경우라면 임시 방편적인 대응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IDP의 핵심인 자기주도적 커리어개발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동기가 명확해질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되어야 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외자계 IT 기업의 사례가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례 기업의 업종 특성과 외자계 기업이라는 점은 구성원들의 직무와 직무책임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IDP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사례 기업에서는 개별 성과목표를 정하기에 앞서 회사와 전부서의 주요 사업계획을 공유하고, 직무명세서를 참조하여 장, 단기 자기계발계획서 작성을 위한 기간을 갖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필요한 자료와 워크북을 제작하여 온라인 또는 블렌디드 러닝 방식으로 실시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모든 직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거나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신규입사자와 중견사원 간에도 많은 차이가 있으며, 30대와 40대의 주요 이슈도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IDP를 과제로 부여하기 보다는 개별 직원들의 동기에 맞는 다양한 목적과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IDP 연수나 특강에 대해 문의를 받을 때마다 필자가 항상 묻는 질문이 있다.
- 연수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 연수 결과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준비는 되어있는가?



HRD 매니저라면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항상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 명확하게 답해주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필자의 답변은 두 가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하지 말자” 이다.


한 가지 더, 첫 번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어느 정도로 계획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김웅태: 수퍼바이저, CDF-I, GC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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