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잊지 말자
글쓴이 : 김웅태            작성일 : 2017-04-19

상담을 배울 때 가장 먼저 익히는 것이 조력기술이고 이 수련은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조력기술을 달리 표현하면 내담자-상담자 간의 ‘신뢰형성’ 기술로서 ‘기술’이라 칭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반복하여 연마함으로써 이를 익히고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해하거나 단순히 외우는 것으로는 평생을 보내도 익히거나 발휘하기 어렵다.
내담자-상담자 간의 상호협력 혹은 신뢰형성과 직접 관련된 핵심요소들은 대략 8~10가지 이며, 상담자가 이 요소들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과정이 바로 내담자와의 신뢰를 쌓는 과정이다. 이들 핵심요소들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소홀이 해도 되는 것은 없다. 지금까지 수 많은 상담자들을 가르치면서 존중, 수용, 신뢰 등을 익히는 과정에서 혼란스러워하거나 어려워하는 모습들을 익히 보아왔다. 상담교육의 마지막 시간까지 배우는 것이 조력기술이라 하였지만, 사실 이 세 가지 요소는 평생 동안 익혀도 쉽지 않다. 상담자의 신념 및 가치체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석, 박사 학위를 취득해도, 꽤 오랜 경력을 가져도 이들 세 요소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상담을 파는 장사꾼이거나 기능공이라 불려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일전에도 썼듯이 내담자가 아닌 상담자라면 전혀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이며, 그렇기 때문에 수련과정에서 때로는 혹독한 훈련을 필요로 한다.

존중이란 내담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며 수용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외모뿐만 아니라 무형의 기술, 관심사, 가치체계, 종교, 정치적 신념 등등을 토대로 내담자를 판단하거나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들이 인간이기에 존중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존중과 수용에 관한 자신의 진면목을 확인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과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에서 차이가 있다면 그 만큼 사람들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사람인 것이다. 공공연하게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표현한다면 그 만큼 편파적이며 판단하는 사람인 것이다. 자신의 이익과 배치되는 사람에게도 기꺼이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상담자는 다른 사람들을 돕는 사람이지 편가르고 판단하는 사람과는 매우 멀다.

내담자와 상담자가 마주보고 장시간 이야기를 나눈다고 신뢰가 저절로 형성되는 것도 결코 아니다. 내담자-상담자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기까지는 존중, 수용, 이해, 공감, 비밀보장, 진실됨, 따뜻함 등과 같은 조력관계형성의 핵심요소들이 상당한 수준에서 진척을 필요로 한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내담자-상담자 간의 ‘신뢰’에 대해 들었어도 늘 어려운 것이다. ‘신뢰’의 의미를 설명해보라. 솔직히 말하자면 천 명 이상의 상담자들을 가르쳤지만 ‘신뢰’의 뜻을 올바르게 설명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올바르게 설명조차 못하는 개념을 실천하거나 형성한다는 것은 극히 어렵다. 너무나도 친숙하지만 그 의미조차 모르고 내담자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신뢰는 최소한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거나 기대하는 이익이 가능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의미한다. 단지 때로는 곁에 있는 것으로도 신뢰가 형성되지만 내담자-상담자 관계에서는 이 보다 많은 것이 요구된다. 더 나아가 커리어 프랙티스(career practices)에서의 내담자는 절대 다수가 건강한 사람들이므로 현실세계와 연계된 보다 구체적인 변화를 기대한다. 즉 인지측면이든 행동측면이든 변화된 자신의 모습이 가능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형성될 때 신뢰가 형성된다. 최소한의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는 기대는 수용과 존중에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상담자라면 자신의 신념과 가치체계를 함부로 드러내지 않기 바란다. 편가르기에 능숙한 사람이 좋은 상담자가 된 사례는 없다. 필자와 인연을 맺고 있는 전세계 수 백명의 활동가들 중에서도 존중, 수용 등과 같은 신뢰형성의 핵심요소가 갖추어지지 못한 사람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자신이 신념이든 고정관념이든 혹은 편견이든 부디 마음 속에만 담아 두기를 바란다.

Ph.D., CDF-I, GCDF, MCDS, Supervi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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