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시각이 필요하다
글쓴이 : 김웅태            작성일 : 2017-03-20

흔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라고 말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었다는 출처불명의 예시를 들며 참으로 많이 권하는 조언이다. 이를 잘못 해석하면, 마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성공하기 어렵거나 혹은 미래의 삶에서 만족한 삶을 살기 어렵다는 비합리적 신념을 갖게 된다. 더 나아가 세상의 넓고 깊음을 이해하기도 전에 좋아하거나 유능감을 갖는 분야를 찾도록 도와야 한다는 무지를 갖게 한다. 좋아하거나 기피하는 상태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함으로써 만족할 가능성이 높다는 가정의 한계를 보기가 쉬워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속되고 있는 초연결사회화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매우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개인의 삶, 직업, 여가, 사회적 관계 등을 비롯하여 삶의 모든 것들이 초연결사회로 대표되는 혁명에서 예외가 되지 못한다. 달리 표현하면 현재의 ‘적합’ 또는 ‘부합’이 매우 짧은 기간 동안에만 유효할 뿐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자신과 잘 맞는 상태’의 지속성이 크게 낮아지는 상황에서는 ‘적합하다’는 것이 더 이상 최고의 가치가 되지 못한다. 즉 최고의 적합을 찾는 노력이나 능력보다 변화를 관리하고 대처할 수 있는 것이 그 어떤 것들보다 중요해졌다.
주관적이든 객관적이든 자신의 커리어에서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조심스럽게 살펴보면 ‘좋아하는 일들을 선택’했기 보다는 다른 다양한 원인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맥락효과를 제외하고 단지 내적 변인만을 보아도 성취나 성공을 ‘흥미-목표-실천-성과’로 이어지는 단순하고 선형적인 과정으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이 성공과정을 사회인지진로이론을 빌어 설명하자면 인지요인인 ‘자기효능감’과 ‘미래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게 영향을 준다. 즉 정의적 요인인 흥미가 아닌 다른 요인들이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흥미의 형성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도 이 두 요인이다. 그러므로 커리어개발에 관심을 두는, 누구도 예외가 아닌, 사람이라면 무엇보다도 ‘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매우 짧은 생각을 바탕으로 현재의 커리어서비스 방식에서 시급히 개선해야 할 두 가지 주제를 제시할 수 있다. 첫째는 청소년과 후기청소년의 흥미확장을 돕는 것이다. 이들은 발달과 함께 자신의 진로포부를 제한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또한 주지하다시피 세상에서 자신들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역할은 물론 역할의 속성에 대하여 너무나도 적게 이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므로 이들에게 우선되어야 할 도움은 ‘흥미 찾기’의 강요 대신 관심을 확장하고 직업역할의 속성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일의 세계, 즉 역할들이 어떻게 구조화되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두 번째는 직업의 선택과 유지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인지요인들임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인지, 정성, 행동 등은 상호인과관계에 놓여 있지만 인지요인들이 상담자가 개입하기 용이하며, 실제 성인의 커리어개발에서 가장 큰 결정요인은 인지요인들이기 때문이다. 흥미나 적성과 무관한 역할을 선택한 사람들이 아무리 많더라도 이들 가운데 성공 혹은 만족 등과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 그리 많이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니 절차상의 필요를 들어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되는 측정과 매칭이라는 허상에서 벗어날 용기를 가져야 한다.
커리어개발에서 인지요인이 가장 중요하거나 절대적인 요인은 아니다. 다만 다양한 관점에서 내담자를 이해하려는 시도와 노력이 없다면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더불어 개입의 실제효과도 매우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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