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의 허울에서 벗어날 때
글쓴이 : 김웅태            작성일 : 2016-11-09

직업상담사, 경력관리지도사, 전직지원전문가, 고용서비스전문가, 취업상담사, 진로상담전문가, 커리어컨설턴트, 커리어코치, 청소년진로코치 등등, 다양한 타이틀들이 커리어 전문가임을 자청하고 있다. 국가주도이든 민간주도이든 혹은 국가자격이든 민간자격이든 저마다 전문성을 내세우며 커리어전문가로서의 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형국이다. 그런데, 커리어 개발의 본 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NCDA나 ACA를 비롯하여 IAEVG, APCDA 등은 물론 멀리 유럽에서 매년 개최되는 커리어 컨퍼런트나 행사에서는 이들 자격운영과 직접 관련이 있는 분들을 만나기가 극히 어렵다. 물론 필자의 경험이 매우 제한적이므로 반드시 현장에서 조우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진국 내지는 국제적인 동향과 무관하게 국내에서의 ‘장사’에 매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한다.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고 커리어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 최소 4만명을 넘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의 시각에서 보자면 우리나라 커리어 분야의 발달 수준은 동남아시아 저개발국가와 큰 차이가 없다.

한 국가의 커리어서비스전달체계는 기본적으로 직업세계의 역동성과 함께 발전한다. 실업률에 따라 전달체계의 초기 형성이 촉발될 수 있으나 커리어 개발이 직업찾기 혹은 취업지원에서 일생에 걸친 삶의 모든 장면으로 확장된 지 이미 수 십 년이 경과된 점을 감안하면, 한 국가의 커리어서비스전달체계는, 공적 영역에 국한하더라도, 종적 및 횡적으로 유기적인 연계를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므로 커리어서비스전달체계와 깊이 관련 있는 고용노동부, 교육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 등을 비롯하여 중앙정부 각 부처와 지방정부의 관료들이 보다 깊이 고민해야 한다.

커리어 전문가는 커리어서비스전달체계의 핵심요소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커리어 전문가 육성정책과 관련하여 대표적으로 영국과 미국의 제도를 살펴봄으로써 우리 현실의 개선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경우에는 국가의 주도로 활동영역을 촘촘하게 구분하고 있으며, 각 영역의 전문가는 대학원 수준의 훈련을 이수한 사람으로 제한할 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해당 영역과 관련된 훈련을 다시 받아야 한다. 이는 단지 자격이나 인증의 수준을 넘어서서 해당 영역에서의 전문성을 확보/유지하기 위한 정책의 결과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에는 철저하게 민간주도로 각 영역의 전문가가 육성된다. 커리어 분야에 다양한 직업들이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관련단체 혹은 자격인증기관의 관리하에서 전문가들이 육성되며, 자격취득(인증) 이후의 활동영역 선택은 개인이 결정한다. 즉 자격인증기관과 훈련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나라는 커리어 전문가의 육성정책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면서도 매우 중요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전문성의 확보와 유지를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상담자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석사학위 취득 후 600시간 ~ 800시간의 수퍼비전을 통한 인턴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며, 이 과정을 마치기 위해서 평균 3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 실제 자격취득을 위해 필요한 수퍼비전은 국내의 1급 상담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훨씬 뛰어넘는다. 또한 준전문가(para-professional) 자격의 취득을 위해서도 학위와 전공이 부합되는 조건에서 120시간~200시간의 훈련을 이수해야 하며, 훈련시간의 70% 이상이 철저한 실습으로 진행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상황을 살펴보자면, 대표적인 현장활동가 육성기관인 대학원에서 조차 수업의 대부분이 이론의 이해에 목표를 두고 있다. 즉, 선진국 수준과 비교하여 실습의 양과 수준이 비교를 할 수 없는 실정이며, 결과적으로 실제 현장의 요구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는 자격보유자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민간 훈련기관의 실태를 살펴보면 참으로 부끄럽기 그지 없다. 기본적으로 커리어전문가역량과 직업기초역량이 혼재되어 있는 커리큘럼을 비롯하여 실습이 배제된 교육과정 등을 통해 자격보유자만 끊임 없이 양산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총체적으로 Theorist-Researcher-Practitioner 등의 연계고리가 거의 형성되지 않아 커리어 분야 발전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성인대상 혹은 취업과 관련하여 널리 제안되고 있는 전용성기술(transferable skill)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우리의 현실을 직시해보자. 전용성기술은 성인의 취업/재취업을 돕는 매우 유용한 도구의 하나로써 널리 소개되고 있다. 즉, 매우 광범위하게 현장활동가들이 제안 또는 제시하고 있고, 마법의 구직기술로도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솔직하게 반성해보자. 필자의 책을 통하여 우리나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자세한 기법과 절차를 소개한 지 15년이 더 지났지만(R. 볼레스의 책을 통하여 국내에 소개된 것은 근 20년 전이다), 전용성기술을 소개하는 현장활동가 중에서 자신이 제안하는 절차에 따라 자신의 전용성기술을 파악하고 활용해 본 커리어전문가는 아직까지도 못 만났다. 다소 과하게 표현하자면, 자신도 모르는 방법을 마치 탁월한 기법처럼 거짓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예가 우리나라 커리어전문가교육의 부끄러운 일면이다. 타인의 삶에 개입하는 커리어전문가로 활동한다는 것은 단순히 강의할 수 있거나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자신의 주관적 경험이나 인식을 말하는 것 등이 아니라 철저한 훈련과 반성이 수반된 노력을 통해 가능해진다.

Ph.D., CDF-I, GCDF, MCDS, Supervi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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