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상담자의 염려
글쓴이 : 김웅태            작성일 : 2016-06-14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삶에 개입한다.
커리어상담자의 역할이 다른 사람의 커리어(진로, 경력)개발을 돕는 것이므로, 타인의 삶에 개입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전에 늘 염두에 두어야 하며, 천 번이든 만 번이든 고심해야 할 과제가 있다. 우리의 의도가 아무리 선하더라도 그 결과를 담보할 수 있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더불어 내담자의 호소문제가 무엇이든 우리가 내담자를 대리할 수 있는 순간이나 지점 또한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커리어상담자가 제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갖추었더라도 개입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하지만 오해는 말자! 비록 우리의 개입이 제한적일지라도 항상 진정성을 바탕으로 내담자를 도와야 한다.

현장활동 경험이 아무리 많아도, 혹은 긴 세월 동안 활동했더라도 입문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활동가들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내담자를 대신하여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자신의 주관적 판단이나 경험을 토대로 내담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전적으로 객관적인 상황은 존재하지 않으며, 동일한 상황에 처한 내담자들일지라도 개인적인 경험, 변인, 맥락 등등에 따라 그 의미는 모든 이마다 다르다. 또한 미래의 기대 또는 계획된 우연 조차 각기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의 역할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는 것이다.
커리어상담자훈련이나 수퍼비전을 제공할 때마다 크게 강조하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내담자의 메시지(말)을 매우 잘 들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내담자에게 상담자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 혹은 경험을 투사시키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필자 또한 이 금언을 통해 성장해왔고 지금 힘주어 강조하는 이유는 이러한 상담자 행동이 옳기 때문이다.

최근 베이비부머의 정년퇴직 준비를 돕고 있다. 근 20년에 이르도록 매년 반복하는 과업이지만 항상 어려움을 느낀다. 필자가 상담자로서 갖고 있는 그 간의 경험이 가볍지는 않을 것이지만, 막상 내담자와 마주할 때는 모든 분들이 저마다의 독특한 삶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머리 속에서는 이론, 경험, 유사사례들을 셀 수 없이 떠올릴 수 있지만 모든 내담자들이 갖고 있는 각자의 삶의 목적과 맥락은 항상 독특하다. 내담자의 메시지를 듣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완전히 이해했던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늘 충분하지 못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작금의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은 대부분의 커리어상담자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 이들이 역할이 더욱 필요해질 것이라는 점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역할에 발을 담그기 전에, 혹은 이미 담갔더라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우리는 과연 내담자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우리는 내담자들의 메시지를 얼마나 잘 듣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자신의 생각, 신념, 경험들을 내담자에게 얼마나 투사시키고 있을까?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졌어도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할 수는 없다.

Ph.D., CDF-I, GCDF, MCDS, Supervi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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