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커리어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글쓴이 : 김웅태            작성일 : 2020-09-23
직업(occupation)을 개념적으로 어떻게 정의하든, 상황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다소 정태적인 속성의 느낌을 준다. 이에 반해 커리어는 ‘시간의 경과’가 내포된 동태적인 느낌이다. 우리사회에서는 커리어를 주로 ‘경력’이나 ‘진로’ 등의 두 용어로 번역하여 사용하지만, 굳이 어원을 찾고 커리어의 속성을 감안하면 ‘진로’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 또한 ‘경력’이란 단어에서 ‘經’과 ‘歷’은 모두 ‘지나간’, ‘과거’ 등을 의미하므로 ‘경력’과 ‘개발’은 함께 사용할 수 없다. 비록 널리 사용되는 표현일지라도 ‘career development’를 ‘경력’개발’로 적는 것은 커리어와 커리어 개발의 속성과 함의를 모르고 오용하는 것이다. 최초의 번안을 비판 없이 수용한 결과이나 이러한 잘못된 관행은 단순한 용어의 오용을 넘어 커리어 개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킨다. 또한 ‘경력을 쌓는다’는 표현은 ‘과거의 경험’을 현재와 미래에 쌓는다 혹은 만든다는 뜻이 되니 매우 잘못된 표현이 된다. 한편 ‘경력’은 주로 직업을 가진 성인을 대상으로 사용하고 ‘진로’는 학령기 학생을 대상으로 사용하지만, 두 용어의 사용에 있어 내포된 속성과 절차가 동일하게 ‘나아갈 길’이라는 점을 새겨둘 필요가 있다.

용어의 오용을 떠나 ‘career’의 함의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많은 학자가 저 마다 커리어의 정의를 제시하였지만 소위 ‘축적’이나 ‘기록’ 또는 ‘나아가 길’ 등의 의미가 커리어의 본질적인 속성과 부합하는 지, 그리고 ‘career development’가 실질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지 등에 대한 자신 만의 관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학자의 정의를 따르든 자신 만의 정의를 내리든 명확한 개념정의와 관점을 갖는 것이 전문가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전세계적으로도 ‘career’를 포함한 각종 용어의 정의는 제반 사회적, 경제적, 역사적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내려지므로 단지 알려진 어휘의 선택이 아닌 속성의 이해를 바탕으로 용어 선택이 되어야 함은 지당하다.

‘career’에 대한 논의에서는 항상 ‘시간의 경과’를 전제로 한다. 과거, 현재, 미래 등의 시제가 아닌, 정태적이지 않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다룬다. 여기서 ‘과거의 변화과정’,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변화과정’ 또는 ‘현재 이후의 변화과정’ 등으로 시간의 경과를 어느 시점에서 바라보는가는 중요한 논점이 된다. 과거의 경험과 과정에 대한 성찰은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자산이며, 현재 시점에 이르게 된 과정을 살펴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시점이든 현재시점이든 시간의 경과가 만드는 변화는 무엇일까? 개인 내적인 변화가 먼저 떠오르지만, 맥락이나 환경의 변화와 부합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개인의 정체이거나 퇴보가 될 수도 있다. 수 십 년 동안 동일한 직위, 직책에 머물러 있는 경우를 커리어 개발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현대의 커리어 개발은 더 이상 승진이 유일한 커리어 개발로 간주하지 않기에 이러한 경우라도 커리어 개발이 없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환경의 요구가 변화했고, 그 변화에 맞게 최소한의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를 발전시켰기에 직위/직책을 유지한 것이다. 시제를 미래로 두어도 시간의 변화와 함께 이루어지는 내적 변화가 있을 때 커리어 개발이 가능하다. 결국 ‘커리어’는 시간의 경과와 함께 경험을 통하여 환경(조직, 직업)이 요구하는 지식, 기술, 태도 등의 ‘축적’이며, 시간의 경과에 따라 축적된 것의 가치가 감소하거나 소멸된다.

단언하건대 커리어는 지위, 직책 등과 같은 특정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위나 직책, 수입 등은 종속적인 것으로 축적의 일부에 해당된다. 더 나아가 승진, 급여 등과 같은 객관적인 성공인식보다 일과 삶의 균형, 직무만족 등과 같은 주관적 성공인식이 한층 더 중요시 되는 현대사회의 경향에 비추어 객관적인 지표의 향상이 커리어의 의미와 속성을 절대적으로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찍이 Hall은 커리어를 ‘생애전반에 걸쳐 일과 관련된 모든 경험의 총체’로 정의하였다. 그의 정의에서 일을 유급으로 제한하지 않더라도 ‘일’의 범주를 어떻게 정해야 할 지는 분명치 않다. 또한 ‘모든 경험의 총체’는 경험과 이에 따른 모든 것이 포함되지만, 현실적으로 사람은 가치가 없거나 낮아진 ‘경험’의 ‘산물’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비록 과거에는 유용했을 지라도 향후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관심을 두지 않게 마련이다.
커리어 미결정, 커리어 계획 등은 결국 미래에 ‘무엇을 축적 하려는 가’와 직결된다.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용이한 목표, 과정,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커리어 전문가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돕는 역할을 갖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도 커리어, 커리어 개발, 커리어 전문가의 역할 등에 대해 스스로 정리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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